북, 이산가족상봉 일시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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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담은 남한 TV방송사의 취재 테이프 위성송출을 방해한 데 이어 상봉일정까지 일시 중단시켜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은 13차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전에 예정됐던 남측 이산가족 99명과 북측 가족 269명의 개별상봉을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가족의 공동중식마저 거부했다. 전날 MBC와 SBS 등 TV방송기자가 상봉소식을 녹화 테이프에 준비하면서 '납북자'란 표현을 썼고, 북측 보장성원(진행요원) 김광성 등이 위성송출을 가로막은 사실을 남한 언론이 보도했다는 이유에서다. 1969년 6월 연평도에서 북한 경비정에 끌려가 억류된 천문석(76)씨와 남한에서 간 아내 서순애(66)씨의 37년 만의 만남을 보도하며 '나포'등의 표현을 쓴 방송기자들에게는 취재현장에 나타나지 말고 숙소에 머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7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야 개별상봉을 허용했다. 그렇지만 일부 방송기자에 대한 취재제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공동취재단은 북측의 부당한 처사가 철회될 때까지 취재활동을 중단하기로 했고, 정부 관계자들이 북측과 접촉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과거 납북자 상봉 때 아무 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북한이 지난해 12차 상봉부터 거칠게 나오고 있다"며 "일부 북측 요원이 과잉행동으로 남북 간 인도주의 사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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