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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구할 ‘팀 코리아’ 전략 필요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1호 02면

사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소비자가전전시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선 자동차 박람회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자동차 관련 기술이 경합을 벌였다. 자율주행차, 지능형 자동차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의 융·복합화는 CES의 주요 테마였다. 자동차는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초지능 기술이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구현되는 중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가까운 미래 우리 먹거리 핵심 산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자동차 업계의 현실은 우울하다. 한국GM의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은 이미 예상 가능했던, 곪을 대로 곪은 환부가 일부 터진 것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자동차산업 경쟁력 전반의 퇴조 현상이다. 2016년 세계 자동차생산 순위 5위 자리를 인도에 내주고 6위로 밀려난 이래 지난해엔 인도와 격차가 더 벌어지며 7위인 멕시코에도 턱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한국은 10위권 내 국가 중 유일하게 연속 2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뿐 아니다. 지금 세계 자동차업계는 미래 자동차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업계의 준비는 미흡하다. 이게 더 큰 걱정거리다. 자동차산업의 시장과 기술, 핵심 경쟁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나왔다. IT 융·복합 기술로 만드는 스마트카와 그린카로의 시장 전환, 내연기관 엔진차에서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화 추세, 세계 각국의 연비 규제에 따른 차체 경량화를 위한 비철금속 및 합성수지 차체 개발 등 구체적 과제도 제시되었다. 산업 구조도 기존 기계부품 제작 및 조립에서 IT·소프트웨어·첨단소재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면서 관련 기업과의 협력 및 정부의 스마트 인프라 형성을 위한 지원 등 대안들도 쏟아졌다. 실제 세계 주요국 자동차업계는 이 방향으로 빠르게 사업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업계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기에 생산성 하락과 노사 문제에 줄곧 발목 잡혀 있었다. 이 문제들은 자국 브랜드가 모두 매각됐던 1970~80년대 영국 자동차산업 쇠퇴기,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로 벌어졌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도와 공장 폐쇄 등을 야기했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에선 요즘 우리 자동차산업에 나타나는 현상들이 당시의 영국과 미국을 닮았다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무능력과 무대책도 점입가경이다. 한국GM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 업체가 3년째 공장가동률이 20%대인데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 GM 측이 연구개발비 등 명목으로 2조원대를 가져가면서도 한국GM에선 거의 내연기관 차종만 생산하며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생산 혁신 플랜을 내놓지 않는데도 문제 삼지 않았다. GM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 법인의 경우 2~3년에 걸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후 발을 빼기로 유명하다. 호주에서 고용을 미끼로 12년간이나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하다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자 곧바로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금 GM의 증자 요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예 회수할 생각을 말라는 요구인데도 지역 일자리 문제 때문에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GM의 생산 전략하에서 돈만 더 집어넣는 것은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것 외엔 아무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GM 공장 폐쇄 결정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의 퇴조 조짐은 ‘발등의 불’이다. 지금이야말로 급한 불부터 끄려는 대증처방보다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기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팀 코리아’ 전략을 가동해야 할 때다. 이젠 당국이 자동차업계의 노사 문제뿐 아니라 금융계·IT업계 등 관련 산업을 융합해 종합적 대응책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 새로운 위기 극복의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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