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돈내고 평창에 가냐는 아재들에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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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1호 30면

[꽃중년 프로젝트 사전] ‘해보다’

16년 전 그 시절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하시는지.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개최됐던 2002년, 믿을 수 없을 만큼 벅찼던 4강전 진출 그리고 그 열기를 더 뜨겁게 했던 붉은 악마의 광장 응원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살면서 후회를 거의 하지 않는 필자에게 그럼에도 한 가지만 뽑아보라면, 직접 해보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한 시간 거리의 상암이라는 가까운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축구 응원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 시간을 내서 경기 티켓을 구매해 보지 못한 것, 적어도 응원의 열기가 느껴졌던 광장에조차 직접 나가보지 못했던 것 등 바로 이 땅에서의 축제 현장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고 호프집에서 친구들과의 TV 응원으로 위안을 삼았다는 것일 게다.

당시 아는 선배가 월드컵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준결승 4강전 티켓을 구매했다고 했다. 이유인즉 결승전이 일본에서 열리니, 우리나라에서 구매해 직접 가볼 수 있는 월드컵 빅매치로는 4강전이 최고의 경기였기 때문이란다. 그때는 허세처럼 들렸지만, 이제 그 선배의 나이보다 어른이 된 내게는 그 선배가 진짜 멋진 남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은 바르셀로나에 직접 가서 축구 경기를 보고 오고, 야구 좋아하는 사람은 류현진 보기 위해 미국에 다녀오는 세상이다. 물론 능력 있는 사람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런 사람이 실제 상당수 존재한다. 가끔은 성공한 것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월드컵 보러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경기를 TV로만 보지 않고 직접 가서 확인하기 위해 바쁜 중에도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 직접 찾아 간다. 그들에게는 자랑이 아니라 현장의 정취를 직접 즐기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성공한 남자들의 시간 보내기다.

‘미친 짓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기억하는가. 이 글은 우리 중년에게 ‘뭐든 한번쯤은 시도해보라, 그래야 꽃중년이다’라며 시작됐다. 어렸을 때 못했다면 언제 올지도 모를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해봐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다 보면 오랜 세월 같은 일을 반복해온 중년의 재미없음 혹은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이벤트가 지금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추운데 집에서 TV로 보지 왜 돈 내고 가서 봐야해?” 이런 말은 차라리 낫다. “돈 내고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혀를 차는 분들은 진짜 꽉 막힌 아재다. 직접 가서 본다는 것은 참여라는 의미를 지닌다. 애국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몇 시간 거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에 직접 가보지 않고 있음은 삶에 대한 게으름 아닐까. 제발 즐겨라. 재미를 놓치지 말라. 날씨가 너무 춥다면 실내 경기를 보면 된다.

무엇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그동안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것을 행하라. 그것이야말로 새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첫 번째 시도가 될 테니.

‘불언실행 지행합일(不言實行 知行合一)’은 실천적인 행동주의자였던 공자의 신조이자 이상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고 잠자코 실행하는 것이 참 지식이라는 이야기다. 이미 우리도 다 알고 있듯, 성공에는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 2월, 내 삶에서도 한번쯤 호사스런 성공을 느껴볼 때다.

허은아
(주)디 아이덴티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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