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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8월13일 이후 동창회·문중계좌 과징금 안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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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법제처가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선의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대다수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과징금 대상이라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실제 과징금을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 부과와 관련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법제처, 차명계좌 부과기준 해석 #그 이전도 계좌 원장 있어야 부과

① 대상 계좌는=1993년 8월 12일 이전에 만든 차명계좌다. 그동안 금융위는 돈 주인이 따로 있더라도 진짜 존재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었다면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봤다. 명의자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가져와서 실명 계좌로 바꿨다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었다. 동창회·문중 등 각종 모임에서 회장이나 총무의 이름으로 만든 계좌들이 주로 해당한다. 법제처 해석에 따라 과징금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계좌 개설일이 중요한 기준이다. 1993년 8월 13일 이후에 만들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과징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② 과징금 규모는=실명제법 부칙에 따르면, 과징금 산정 기준은 긴급명령일(93년 8월 12일) 당시 자산 가격의 50%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조원 웃도는 과징금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단순히 삼성 특검 당시 밝혀진 차명재산 4조4000억 원의 절반 수준을 말하는 것”이라며 “과징금은 긴급명령일 당일 차명계좌에 들어있던 자산만을 기준으로 하며, 그날 평가액의 50%”이라고 말했다. 2008년 삼성 특검이 밝힌 차명재산은 2007년 12월 말 기준으로 평가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식 가치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7년 12월 말, 55만6000원이다. 93년 8월에는 2만원에 못 미쳤다. 삼성생명은 비상장이라 가치 산정이 더 어렵다.

③ 진짜 부과 가능한가=93년 8월 당시 계좌에 얼마만큼 주식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계좌의 원장이 있어야 한다. 자본시장법에는 원장 기록 보관 연한은 10년으로 정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보관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보통 10년이 채워지는 순서대로 자료를 폐기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록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과세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과징금 부과 시효는 차명임이 밝혀진 날로부터 10년이다. 두 달 뒤면 시효가 만료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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