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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왕 꿈꾸는 곤 … 키워드는 자율주행·전기차·에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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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카를로스 곤 닛산 CEO

카를로스 곤 닛산 CEO

2000년대 초 빚더미에 앉은 닛산을 불과 2년 반 만에 흑자 기업으로 돌려놓자 카를로스 곤 닛산 CEO에게는 ‘코스트 커터(cost-cutter)’라는 별명이 붙었다. 혹독한 비용절감 정책이 주목받으면서다.

싱가포르 ‘닛산 퓨처스’서 전략 공개 #뇌파 감지 자율주행기술 AI와 결합 #2022년까지 전기차 12종 내놓고 #차·주택 전력망 공유하는 게 목표

르노닛산이 파산위기의 미쓰비시를 2016년 인수하면서 카를로스 곤 회장은 세계 3위 자동차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회장이 됐다. 그가 이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비용 절감의 달인’을 넘어 ‘자동차 왕’이라는 꿈이다.

지난 6~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닛산 퓨처스’는 곤 회장의 꿈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경영 전략이 공개되는 자리였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던 행사를 아세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면서 곤 회장은 직접 참석하지 못했으나 행사 전반에 그의 구상이 펼쳐졌다.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곤 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세계가전박람회(CES)에 참석해 밝힌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인텔리전트 파워’, ‘인텔리전트 인티그레이션’을 세 개 부스의 타이틀로 내걸고 설명회를 진행했다.

먼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한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부스에서는 영상 가득 카를로스 곤 회장의 모습이 등장했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닛산 자율주행 시험장에서 가즈히로 도이 R&D 담당 부사장과 함께 자율주행 차량을 시승하는 장면이었다. 도이 부사장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을 기반으로 돌발상황이나 방해물이 나타나도 끊김없이 자율주행이 유지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뇌파를 감지해 운전자가 ‘우회전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차량이 알아서 우회전하는 기술도 상당한 궤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들은 향후 인공지능과 협력해 자동차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텔리전트 파워는 한마디로 전기차를 어떻게 쉽게 충전해 오래 달리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닛산은 2010년 12월 세계 최초로 100% 전기차 ‘리프’를 내놓을 정도로 이 분야 선두주자다. 리프는 누적 판매량 30만 대로 베스트셀링 전기차가 됐다.

도이 부사장은 “닛산은 수소전기차 기술은 확보하고 있으나 수소의 가격이 비싸고 충전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기차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며 “2022년까지 12종의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닛산만이 보유한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해서도 장시간 설명했다.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기술인데 휘발유를 연소해 바퀴를 구동하는 다른 차량과 달리 휘발유를 오직 배터리 충전에만 사용하는 기술이다. e파워는 일본에서 출시된 양산차 노트에 적용됐다.

인텔리전트 인티그레이션에서는 사람과 차와 주택, 건물 등 전력망 간에 동력을 공유하는 개념이 공개됐다. 전기 요금이 저렴한 밤에 전기차를 충전했다가 전기요금이 비싼 낮에 가정용 전기로 활용하는 V2H(Vehicle to home) 시스템과 낮에 여분의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차량을 충전하는 기술 등도 선보였다.

행사에서는 르노닛산미쓰비시 3개사의 운용 계획도 공개됐다. 도이 부사장은 “기술은 공유, 상품은 차별화하자는 게 경영진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면 전기차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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