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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전의 ‘태양광’ 비리 … 탈원전 정책 이후가 더 걱정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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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에 번지고 있는 태양광발전 사업은 한국전력의 비리 온상이었다. 한전 직원들은 시공업체 편의를 봐주고 부인·자식 명의로 발전소를 세우거나 팔아넘겨 거액을 챙겼다. 지역별 송·배전 용량 기준을 어기고 수십 곳에 연결해 주는 불법도 저질렀다. 발전소 허가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고양이가 생선가게 생선 빼먹듯 한 것이다.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 공무원도 한통속이었다. 감사원이 엊그제 밝힌 태양광 사업 비리 백태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감사원의 감사 시기가 2014~2016년의 8개 지자체에 한정돼서다. 그러다 보니 10명 수사 의뢰와 47명 징계 요구에 그쳤다. 감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한 지난해도 들여다보면 그 실상이 어떻겠는가.

태양광발전은 태양전지를 사용해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110조원을 들여 현재 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 광풍이 불고 있다. 농촌 지역에선 지목을 쉽게 변경할 수 있다며 말뚝부터 박자는 브로커가 활개를 친다고 한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박원순 시장이 2022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태양광 보급 계획을 밝히자 업체가 난립한다. 한데 ‘미니 발전기’ 사업 물량의 상당 부분을 특정 시민단체 출신이 이끄는 협동조합이 차지해 ‘좌파 비즈니스’라는 의혹까지 나온다.

태양광발전기는 전국에 2만5000개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90%는 100㎾ 미만의 소규모다. 그런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에 투기 조짐마저 일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전·시공업체·공무원·브로커들의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정확한 사업 내용과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비리를 원천 차단하는 특단의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한전에 대한 전면 조사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