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이창호 9단이 펼치는 대세력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3국 하이라이트>
○. 이창호 9단(한국) ●. 뤄시허 9단(중국)

바둑의 상극은 바로 고정관념이다. 바둑엔 수많은 이론과 원칙이 엄존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리면 중간 수준에서 그칠 뿐 고수가 될 수는 없다. 고수란 끝없이 변하는 바둑판의 상황에 맞춰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때로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말한다.

장면 1(21~24)=뤄시허(羅洗河) 9단이 21로 달렸다. 과거엔 동네 기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다. 백△가 다가와 있는 상황에서, 즉 상대가 A로 받아줘도 벌릴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달리는 것은 하수의 표본이라는 게 예전의 이론이었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A로 받지 않고 22, 24로 바깥을 싸바른다. 이창호 9단은 오늘 대세력으로 바둑을 꾸리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하다.

<참고도 1>=21은 과거엔 흑 1로 그냥 뛰는 것이 고수다운 행마였다. 그러나 백 2를 당한 뒤 A를 노림 받는 게 싫은 사람들, 즉 이세돌 9단이나 뤄시허 등은 흑 1을 잘 두지 않는다.

<참고도 2>=22로 백 1에 받으면 5까지가 예상된다. 이것도 물론 한 판의 바둑이다.

장면 2(25~35)=백이 출구를 막았으므로 흑은 25부터 33까지 귀의 실리를 도려냈다. 백이 귀를 차지한 것과 안팎의 실리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백의 시선은 자연 광활한 좌변으로 향한다. 백은 실로 막대한 투자 끝에 이곳의 세력을 만들어냈는데 과연 이곳은 어느 선에서 집으로 굳히는 것이 타당할까.

A, B, C, D 네 곳이 모두 가능해 보인다. 어디가 최선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