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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속타는 씨티은행 … 속끓는 고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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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2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의 한 씨티은행 지점. 오전이라 비교적 은행이 한산하지만 어쩐 일인지 신규 펀드 가입을 위해 온 한 고객을 창구 직원들이 맞이할 생각을 안 한다. 결국 이 고객은 맨 구석에 있는 한 비노조원 직원의 안내로 펀드에 가입했다. 한미은행 노조가 신규 가계대출, 보험 및 수익증권 신규 가입 거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태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고객들은 5개월째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 이들은 2년 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만 해도 세계 1위 은행의 노하우와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노사 갈등으로 불편이 더 큰 상태다.

노조는 씨티.한미 은행 간 전산통합이 예정됐던 지난해 10월부터 태업을 시작했다. 그 후 태업의 강도를 5단계로 높여 현재 가계대출.펀드상품.보험상품 등의 신규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 이미 2004년 11월 통합은행이 출범해 각 지점의 간판과 통장까지 모두 교체했지만 전산통합이 안 되면서 고객들의 혼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박진회 부행장은 "전산 통합은 휴일에 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가 협력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객 불편이 심해지자 3월 13일부터는 전국 253곳의 지점장들이 직접 신규 펀드 판매업무를 맡아 처리했다. 아직 뚜렷한 고객 이탈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사 양쪽의 갈등은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노조는 ▶독립경영▶인사 차별 철폐▶퇴직금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은행 노조 진창근 홍보국장은 "퇴직금과 인사 등 모든 제도에서 옛 씨티은행 출신자들과의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노조원들의 정서를 감안해 지난해 말 '변화관리팀'을 만들어 노사 간 융화를 모색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

이런 상태로 태업이 이어지자 은행 측은 17일 전국 지점에 "태업으로 은행 영업에 손해가 초래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 소급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태업이 급여일인 21일 전에 풀리지 않으면 태업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상당폭 깎인 급여를 받게 된다. 노조가 이에 자극받아 반발할 경우 노사 대립은 한 단계 더 격렬해지면서 끝 모를 장기화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

글=김동호.윤창희 기자 <dongh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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