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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응원단, 남측 응원 깜짝쇼? … “다 알면 재미없잖습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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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응원단이 7일 오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환영사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응원단은 그동안 입고 있던 붉은색 코트를 벗고 하얀 폴라티에 붉은색 치마 정장을 맞춰 입었다. 가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상반신이 담긴 배지를 달았다. [연합뉴스]

북한 응원단이 7일 오후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해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환영사를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응원단은 그동안 입고 있던 붉은색 코트를 벗고 하얀 폴라티에 붉은색 치마 정장을 맞춰 입었다. 가슴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상반신이 담긴 배지를 달았다. [연합뉴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조직된 북측 응원단 229명이 7일 오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방남했다. 북측 응원단이 한국에 온 것은 2005년 8∼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12년5개월 만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등에 이어 네 번째 응원단 파견이기도 하다. 응원단은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북측 선수들의 경기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뿐만 아니라 남측 선수들의 일부 경기에서도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12년 만의 방남, 취주악단도 온 듯 #만경봉호는 인공기 떼고 한반도기 #예술단, 아트센터서 2회 리허설 #점심 먹으러 중간에 만경봉호로 #정부 “유류 지원 요청에 검토 중”

또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한 북한 민족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 4명과 태권도시범단 26명, 기자단 21명 등도 함께 왔다. 이날 도착한 280명을 비롯해 만경봉 92호를 타고 전날부터 묵호항에 정박 중인 예술단 140여 명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단 등 이날까지 473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22명은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9일 방남할 예정이다. 김 체육상은 “다 같이 힘을 합쳐 이번 경기대회 잘합시다”고 밝혔다. 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응원단원은 ‘어떤 응원을 하느냐’는 질문에 “다 얘기하면 재미없지 않습네까”라고 답했다. 응원단에는 취주악단(밴드부)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도착한 대표단은 입경 수속을 마치고 남측이 제공한 버스를 타고 곧장 강원도의 숙소로 향했다. NOC 관계자들은 올림픽 개막식장 근처의 평창 홀리데이인 호텔을 이용한다. 그리고 응원단과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은 강원도 인제의 스피디움에서 지낼 예정이다. 북측 태권도시범단은 남측 태권도시범단과 함께 네 차례 공연한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사전 공연(9일), 속초시 강원진로교육원 공연(1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 공연(12일), MBC 상암홀 공연(14일) 등이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도착한 대표단을 위해 인제 스피디움에서 환영 만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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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만경봉 92호를 타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온 삼지연관현악단(예술단)은 이날 오전 본 공연(8일 오후 8시)을 앞두고 공연 장소인 강릉아트센터로 이동해 무대 점검과 사전 공연 연습(리허설)을 진행했다. 현송월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리허설을 했다. 이들은 점심시간에는 버스로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만경봉 92호에서 남측이 제공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뒤 공연장으로 향했다. 단원들은 ‘공연 준비 잘되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예술단원들은 지난 5일 평양을 출발할 때 입었던 선홍색 코트에 검은 털모자를 착용하고 이동했다. 경의선 육로로 도착한 응원단과 같은 복장이었다. 그러나 응원단원은 외투에 북한 국기(國旗)인 인공기를 부착했지만 예술단원은 인공기를 달지 않았다. 인공기를 달고 묵호항에 입항했던 만경봉 92호도 한반도기로 바꿔 달았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술단을 파견키로 한 직후부터 예술단 공연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며 “삼지연관현악단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없애려는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만경봉 92호에 대한 유류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만경봉 92호) 입항 이후에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유류 지원 요청이 있었다”며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경봉호에 대한 편의 제공과 관련해 미국 등 유관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제재 관련 저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대한 유류 지원을 금지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인제·강릉=박진호 기자, 공동취재단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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