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치를 봐야 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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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마포에 살고 있는 친구가 몇해 전 앞 마당에 장독대를 좀 높여 연탄광으로 넉넉하게 쓰려고 고쳐 놓았는데 어느날 퇴근을 해서 보니 구청에서 무허가 건물을 지었다고 장독을 부수고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을 보니 그 비슷한 시기에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길목에 무허가 건물을 마음대로 지었다고 하니 우리나라는 법치국가가 과연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의 집 앞마당에 고쳐놓은 장독대까지 부술 만큼 철처한 사람들이 왜 대로변에 지어진 커다란 건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못했을까.
그러나 똑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비슷한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지금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어린이 분유광고가 그 비슷한 사례다.
최근 분유회사들이 분유광고 문안을 가지고 허위광고다, 아니다 해가며 서로 싸우고 있으며 또 정부는 그 광고를 놓고 어디까지는 과장광고라고 판정을 했었다. 전후사정을 모르고 이 사실을 보면 또 업자들끼리 싸우는것 이외에는 잘못이 없다고 여겨 질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 분유를 대중매체에 광고하고 있는 것은「모유 대체식품 판매 국제규약」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즉 분유가 대중광고를 하고 있는것 자체가 국제규약의 위반인데 광고문안을 가지고 정부가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분유광고에 대한 초점을 엉뚱한 곳에 맞추어주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관계당국은 분유광고문에 대해서 판정을 하는것 보다는 1981년 세계보건기구를 통과한 국제규약에 따라 분유회사가 대중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대로에서 법을 어겨 빌딩을 지어도 가만히 있는 나라인데 그까짓 국제규약 좀 준수하지 않는것이 어떠냐고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대답 한다면 할말은 없어진다.
이 규약은 전세계에서 모두 찬성을 했고 미국 혼자만이 반대를 하고 일본·아르헨티나·한국이 기권해서 한국은 톡톡히 망신을 당했었다. 그 당시 세계보건기구 총회에 참여했던 몇몇 대표들과 소비자 대표들은『한국은 미국의 시녀』라는 치욕적인 언어로 한국을 비난했었다.
오는 5월 이 총회에서는 다시 이 규약이 세계각국에서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를 논의할 예정이다. 왜 규약은 안지켜질가? 아직도 그당시 지적처럼 한국은 눈치를 보는 것일까.
송보경(소비자문제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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