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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성공 힘 보탠 지자체, 노쇼·추위·사고우려에 '전전긍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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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 [연합뉴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 [연합뉴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비인기 종목의 시민 무료 관람행사를 준비해온 전국의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노쇼(no show·예약부도)’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 당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꼭두새벽 출발 빠지지 않도록 문자발송 #응원단 모집해도 노쇼 우려 안 사라져 #추위에 장거리 이동중 안전사고 걱정도 #"비인기 종목, 취약시간 입장권 사라니" #"취약계층 비인기 경기 들러리 세우나" #한랭질환 막을 개인 방한대빈 철저를

경기도 고양시는 1억원의 예산으로 오는 15일 오전 9시 5분 치러지는 한국-캐나다 컬링 여자예선전의 단체 관람을 계획했다. 480명 규모다. 하지만 고양시에서 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까지 가는 데만 230㎞, 3시간이 넘는다. 꼭두새벽 한파에 시민을 모이게 해야 한다. 하지만 ‘꼭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게 고작이다.

강릉컬링센터. 경기도 고양시에서 차로 3시간 이상 걸린다. [중앙포토]

강릉컬링센터. 경기도 고양시에서 차로 3시간 이상 걸린다. [중앙포토]

교육부는 진로체험학습 형식으로 학생들의 평창올림픽 관람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졸업에 설까지 맞물려 동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빡빡한 당일치기 일정에 벌써 관람을 포기하는 학교도 나온다고 한다. 교육부는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를 통해 당일 관람 가능한 낮 경기 입장권 2만장을 추가로 확보 중이다.

노쇼 외에 ‘추위’와 ‘안전사고’ 우려도 비상이다. 부산 연제구는 설상(雪上) 종목인 노르딕복합 단체경기에 400명의 시민을 관람시킬 계획인데, 야외 경기에 입석이다. 연제구 관계자는 "관람하는 주민의 추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울산 등 야간·야외 경기를 예매한 지자체들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전세버스 안전관리점검 *기사와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전세버스 안전관리점검 *기사와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전남지역에서는 강원도까지 장거리 이동과정에서 혹여나 교통사고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이에 단체 관람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평창까지 가는 데만 8시간가량 걸려 입장권 대량 구매는 실질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관계자 역시 “저녁 경기인 경우 야간에 내려와야 해 안전문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영호남에서 강원까지 직접 연결되는 고속철도(KTX) 노선이 없다 보니, 서울역에서 경강선 KTX로 환승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2일 개통한 경강선 KTX로는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14분만에 갈 수 있다. 개통 첫날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22일 개통한 경강선 KTX로는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114분만에 갈 수 있다. 개통 첫날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입장권 구매, 자원봉사자 파견 등 올림픽 흥행 성공에 이런저런 힘을 보태고 있는 지자체지만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중 노쇼 우려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언급(지난달 26일 올림픽 지원위 회의)할 정도다.

평창 조직위는 역대 올림픽 분석 결과 20~25% 정도의 노쇼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인 데다 남북 단일팀까지 성사됐지만, 지자체·기관 등 단체구매가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포토]

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포토]

상당수 지자체는 구입한 입장권을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의 단체 관람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단체 구매 대상 경기가 비인기 종목(입장권 한 매당 8만원 이하)으로 한정되다 보니 한쪽에서는 동원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조직위가 인기 없는 경기에 취약계층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와중에 혹시 모를 사표(死票)에 헛돈을 쓰느니 차라리 아예 구매에 나서지 않은 지자체도 나왔다. 대구 수성구, 인천 남동구 등이다. 강원도와 평창 조직위는 노쇼 발생 시 일종의 단체 응원단인 1만7000여명의 화이트 프렌즈 단원을 동원해 빈자리를 메울 방침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3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모의 개회식을 찾은 관람객들. 관람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6일 앞둔 3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모의 개회식을 찾은 관람객들. 관람을 마치고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전문가들은 개인 방한대비를 철저히 해 저체온증과 동상 등 한랭 질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판초 우의·무릎 담요·핫팩 방석·손 핫팩·발 핫팩·방한모로 구성된 방한 6종 세트는 개·폐회식 관람객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엄태환 을지대(응급구조학과) 교수는 “6종 세트에 추가로 바람막이 옷, 알루미늄 포일 재질의 비상 담요 등을 준비하면 체감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손과 발, 얼굴 등 신체말단부위의 보온 외에 따뜻한 물도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차량으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는 안전띠 착용, 과속·졸음운전 금지, 앞차와의 안전거리 유지 등 기본적인 안전규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지난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 한반도기가 걸려 있다. 독도가 그려져 있다. 이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이 있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 한반도기가 걸려 있다. 독도가 그려져 있다. 이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 이 있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밖에 지자체는 공직선거법 준수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방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 8만원 이하 입장권과 교통편·식사 등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지만, 반드시 ‘장(長)’이 아닌 지자체 명의여야 한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들은 “국가적 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해 자치단체가 돕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제기된 문제들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부산·광주·평창= 김민욱·황선윤·김호·박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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