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밀폐수비' 세계가 혀 내둘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통해 한국야구대표팀은 '스타군단'으로 떠올랐다.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나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전부가 아니다. WBC 전 경기(6경기)를 통해 '실책 0'을 기록 중인 철벽 수비가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미국 4번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는 "한국은 수비력이 매우 뛰어난 내셔널리그 팀을 보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의 철벽 수비진에서 해외파는 1루수 이승엽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순수 국내파로 구성돼 토종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외신들이 '밀폐 수비(airtight defence)'라고 표현한 한국팀 수비의 핵은 유격수 박진만(삼성.사진(上))이다. 경기마다 상대 팀 감독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파퀸 에스트라다 멕시코 감독은 "모든 타구를 다 잡아낼 수 있는 선수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 현지에서는 양키스의 '골든글러브' 유격수 데릭 지터에 비견되고 있다. 1라운드 대만전 9회 2사 1.3루에서 안타성 타구를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낸 데 이어 2라운드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5회 초 1사 1.2루 위기에서 치퍼 존스의 타구를 잡은 뒤 자리에 주저앉은 채 2루로 송구, 더블플레이시키는 등 매 경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우익수 이진영(SK.(下))은 준결승에서 또 한국팀이 맞닥뜨릴 일본에 두 번이나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다. 1라운드 일본전에선 4회 2사 만루에서 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 머린스)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고, 2라운드 일본전에선 포수가 '자연 태그' 할 정도로 정확한 홈 송구를 뿌려 일본 주자를 잡아냈다. 오 사다하루 일본 감독이 "두 게임 다 이진영의 수비 때문에 졌다"고 할 정도로 모두 경기 흐름을 뒤집는 값진 호수비였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