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삼세판 … 미국의 꼼수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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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런 기현상이 벌어진 것은 WBC조직위가 같은 조 1, 2위 팀끼리 준결승을 벌이도록 대진표를 짰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한 WBC대회 조직위는 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쿠바.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의 야구 강국을 피해가기 위해 이들을 2조에 몰아 넣었다. 그것도 모자라 미국이 부진할 경우에 대비해 준결승에서 중남미의 강국과 만나지 않도록 꼼수를 썼다. 일반 대회에서는 준결승이 1조 1위와 2조 2위, 1조 2위와 2조 1위 등 크로스 토너먼트로 벌어진다. 그러나 WBC조직위는 같은 조 1, 2위가 다시 맞붙는 비상식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멕시코에 1-2로 져 탈락했다. 3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며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1라운드에서 멕시코를 2-0으로 꺾은 데다 '로켓 맨' 로저 클레멘스를 선발로 내세웠기에 미국의 패배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반면 일본은 뜻밖에 어부지리를 얻었다. 일본은 미국.멕시코와 함께 나란히 1승2패를 기록했지만 세 팀 동률일 경우에는 이닝당 평균 실점이 적은 팀 우선 원칙에 따라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일본의 투구이닝은 17과 3분의2이닝으로 이닝당 평균실점 0.283, 미국의 투구이닝은 17이닝으로 이닝당 평균 실점이 0.2941이었다. 아웃카운트 2개를 더 잡은 일본이 평균실점이 가장 적어 미국을 제치고 준결승에 오른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초 공격을 해 수비를 8회만 한 탓에 3분의2이닝 차이로 4강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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