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일본인 나가오카 다카코 한국어 배우러 홀로 유학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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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70대 일본인 여성이 한국에 혼자 유학와 우리 말을 공부하고 있다. 주인공은 대전 배재대 한국어교육원 연수생 130여명 중 최고령인 나가오카 다카코(永岡孝子.73)씨.

일본 효고현(兵庫縣)에 살다 올해 1월 유학 온 그는 10주 과정의 기초반을 22일 마치고 1년 과정의 중급 및 고급반에 등록할 계획이다.

편안히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그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은'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계기라고 했다.

할머니는 1933년 경기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조선총독부 공무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인 45년 일본이 패망하자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갔다. 소학교(초등학교)부터 일본인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국말은 거의 하지 못했다.

일본에서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로 일해 온 그는 4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이후 '겨울연가' 등 한국 TV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을 그리워하게 됐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독학으로 한국어 공부를 해왔다. 지난해 오사카에서 열린 한국유학박람회 참관을 계기로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학비(연간 100만원)와 기숙사비(월 12만원)는 자신과 남편의 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 대학 강사 황정민(26.여)씨는 "할머니는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숙제도 빠짐없이 해와 20대가 대부분인 동료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양국간 민간교류 증진을 위해 일하고 싶고,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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