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탈락 미국 "기절할 만큼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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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미국 대표팀이 메이저리그의 최고 스타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멕시코에 진 것은 기절할 만큼 충격적(a stunner)"이라고 논평했다. LA 타임스는 "미국은 이제 야구 세계 최강이 아니다. 북미 대륙에서 세 번째로 잘하는 나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북미 대륙에서 꼴찌라는 뜻이다. 또 "미국은 이번 대회에 알렉스 로드리게스, 켄 그리피 주니어, 데릭 지터, 치퍼 존스, 로저 클레멘스 등 수퍼스타를 거느리고도 여섯 경기 중 캐나다와 한국.멕시코에 잇따라 졌다"고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는 "게임은 끝났다. 이번엔 (1라운드에서 17-0으로 이겼던)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만만한 팀이 없었나 보다"고 비꼬았다. USA 투데이 역시 '멕시코, 미국의 WBC 꿈을 산산조각내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과 로저 클레멘스의 오른팔에도 미국은 4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 열도는 다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 언론은 "기적"을 연발했다. 닛칸스포츠는 '미국이 졌다! 일본 기적의 4강'이라는 기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일본의 준결승 진출이 결정됐다. 미국이 멕시코에 패해 1승2패인 미국.멕시코.일본 3국이 동률을 기록했으나 실점률에서 앞선 일본이 4강에 진출했다"고 긴급 기사로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이 결정된 이날 경기장이 있는 샌디에이고로 이동, 훈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인터넷 머리기사로 일본의 4강 진출 기사를 전했고, 공영방송인 NHK도 일본이 한국과 다시 맞붙게 됐다는 뉴스를 신속히 내보냈다.

석간신문과 TV에서는 '일본 구사일생으로 부활하다''재팬, 리벤지(복수)를 맹세하다'란 제목으로 준결승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는 우리말로 '삼세판'에 해당하는 '산도메노 쇼지키'란 말이 있다. 세 번째에도 설욕을 못하면 그건 곧 낙제, 혹은 치욕에 가깝다는 뜻이다.

일본 선수들은 준결승 진출이 결정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3연패에 대한 부담보다는 명예회복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해 왔다는 것이 선수들의 소감이다. 일본 야구 전문가들은 "국가의 자존심을 건, 근래 볼 수 없었던 대혈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부글부글 끓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아느냐. 또 지고 돌아오면 오 사다하루 감독을 포함해 모든 선수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운은 우리에게 왔으니 준결승에 약한 한국을 박살내라"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는 등 감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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