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누굴 위해 교육 편가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노 대통령은 교육 양극화가 이처럼 심하니 이를 시정하자는 좋은 취지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선 "대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는 항변이 나올 만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서울대 측이 나서 "강남 학생은 12% 밖에 안된다"고 밝히면서 한바탕의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시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을 갈라놓는 발언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6개월이 지난 후 이번엔 청와대 홈페이지가 비슷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16일 '교육 양극화, 그리고 게임의 법칙'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서울대 합격생의 강남북 차이가 최대 9배나 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내 25개구의 고교 졸업생 중 지난해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 수를 구별로 비교하니 가장 많은 강남구와 가장 적은 마포구의 차이가 9 대 1 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또 100m 달리기를 예로 들면서 "가정환경에 따라 어떤 아이는 30m 앞에서 출발하지만, 어떤 아이는 100m를 달려야 한다. 이런 게임의 불공정성은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나날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왜 자꾸 이런 수치를 내세우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치 한 반에서 가장 키 큰 학생과 작은 학생을 앞세워 "이렇게 차이가 크다"고 떠들어대는 식이어서 자극적이긴 하지만 합리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강남북 편가르기가 아니라 교육 양극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예로 서울대 신입생 비율을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육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그런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그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민 감정만 자극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무마하려는 정치적 술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학부모들에게 절실한 것은 '대안과 대책'이지 '네 탓이오'가 아니라는 사실을 청와대가 알았으면 한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