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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류 짝퉁 소설' 판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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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 서점가에 한류를 악용한 불법 '짝퉁' 서적이 판치고 있다.

감각적인 한국 청춘소설이 짭짤한 '흥행카드'로 떠오르면서 중국 출판사들이 겉모습만 한국 책으로 꾸민 서적들을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짝퉁 책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해적판과 달리 한국물로 포장한 데다 내용도 저질이 많아 한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국 서점가에는 한국의 인터넷 소설 '늑대의 유혹'(왼쪽)을 흉내 낸 '야옹이의 유혹'(가운데) 같은 아류작뿐 아니라 중국인이 쓴 책에 실존하지 않는 한국 작가의 이름을 붙여 한국 인기 소설로 광고하는 '나쁜 놈'(오른쪽) 류의 짝퉁까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 "한국을 팔아라"=중국의 석간신문 양자만보(揚子晩報)는 16일 "한국의 인기 인터넷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을 흉내내 제목만 적당히 바꾼 위조.아류작 20여 종이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출판사들이 짝퉁 작품들에 갖다 붙인 제목은 '그놈은 쿨했다''그녀는 섹시했다''야옹이의 유혹''여우의 유혹' 등으로 원작의 후속편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출판업계 관계자는 "책 포장에 '한국'자(字)만 들어가도 잘 팔리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200쪽 안팎의 짝퉁을 내면 한 달도 안 돼 20만 부 이상 팔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판매 수입도 작품당 120만 위안(약 1억5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이 관계자는 추정했다.

◆ 한류 이미지 손상=짝퉁 서적들은 단순히 한국의 이미지를 판매에 이용할 뿐 내용은 원작과 관계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중국의 이름 없는 작가가 쓴 조악한 작품에 가짜로 지어낸 한국 작가의 이름을 붙이는 수법이 사용된다.

일간 도시쾌보(都市快報)는 이임근(李林根).서형주(徐亨周) 등 중국 출판사들이 허구로 만들어낸 작가들을 소개하며 "이들은 한국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작가들이지만 출판사들은 책 표지에 '한국 인터넷 소설계의 양대 스타''한국 소설 베스트셀러 10걸 작품' 등으로 광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작품들은 중국 출판당국의 허가(판권번호)도 받지 않은 불법 서적으로 한국 작품으로 둔갑해 마구잡이로 팔릴 경우 한국.한류 이미지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부분 짝퉁 작품들은 내용이 저질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정서.문화와 동떨어진 자극적인 문구와 줄거리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도서출판 황매의 정정란 대표는 "베이징 공항 서점에서조차 짝퉁.해적판이 버젓이 팔린다"며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인세 수입 감소 등 영업 손실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류 이미지가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16일 "중국 출판당국인 국가출판종서가 지난달부터 대규모 조사팀을 구성, 해적판.짝퉁의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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