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26년만에 직접 대화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알리 라리자니 이란 핵협상대표는 16일 테헤란에서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해옴에 따라 조만간 협상대표를 임명해 대화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과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잘메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에게 이란과의 대화를 승인했다"며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란과의 대화 의제는 이라크 문제에 국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에 이라크 문제를 놓고 대화를 제의했다. 그러나 테헤란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런 이란이 5개월 만에 태도를 바꾼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미국의 압박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란을 겨냥해 "이라크 내 시아파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며 "이라크를 '시아스탄(이슬람 시아파의 나라)'으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시는 16일 선제공격론이 포함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란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또 다른 이유는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기 전에 워싱턴과 대화를 가져 타협점을 찾아보려는 이란의 사전 포석일 공산이 크다. 실제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8개월간 핵개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국내적으로는 지지를 받았으나 국제적으론 고립됐다. 이와 관련, 뉴욕 타임스는 이번 미국-이란 대화가 "이란이 한 발 물러섰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미국-이란 대화 테이블에서 핵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해들리 보좌관은 "미국은 어떤 종류의 대화라도 그것이 이란의 핵과 테러 지원 정책을 변경시키려는 맥락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