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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과학을 살리자-성공사례]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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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이제명 교수는 1주일에 한두차례 부산과 울산.거제 등에 소재한 조선소를 찾아다닌다. 프로젝트를 맡긴 연구원을 직접 만나 현장에서 원하는 기술이 정확하게 무엇이고 변동사항이 없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부임했는데 자동차 운행거리가 이미 6만㎞를 넘었다. 프로젝트를 맡긴 기업체와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보니 성과가 좋게 나오고 과제수주 문의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李교수는 "해당 지역에 있는 기업체와 손발이 잘 맞아야 지방대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발로 뛰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 강의만 했다가는 지방대나 교수 모두 굶어죽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학과 다른 교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는 산학협력 활동이 왕성한 지역대학 우수학과로 꼽힌다. 국내 조선소는 물론, 미국 해군연구소와 세계적인 선급기관(선박건조시 선주 측 관리감독기관)으로부터 받은 연구과제 수가 올해에만 50여건에 이른다.

최근 조선경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 학과에서 대학원생을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대학원 입시는 매년 미달사태 없이 1.5대 1 수준을 웃돌아왔다.

차별화의 핵심은 지역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는 서비스 정신이다. 조선산업분야 초대 국제규격 제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점기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하고, 기업이 원하는 학생으로 키우다 보니 기업체의 선호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극심한 취업대란 속에서도 이 학과 졸업생은 5년 연속 9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현장 실무자를 강단으로 불러 생생한 강의를 들려주고 매년 여름 인턴사원으로 현장실습 교육을 보내 기업이 원하는 교육을 실시한 결과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부에 의해 우수연구센터로 지정, 2백억여원을 들여 첨단 조선공학연구센터를 건립할 수 있게 됐다. 조선분야 유일의 산.학.연 전문연구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학과장 강성원 교수는 "국내 최대 조선산업 중심지의 연구활동 메카로서 역할을 수행 중"이라며 "조선 강국 1위 자리를 앞으로 50년간 지속하기 위해 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동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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