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야곱의 발자취 따라 36일간 800km 순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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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미래 M&B, 302쪽, 1만3800원

"오직 내 자신으로 남기만을 바랐던 열망. 그것이 여기까지 나를 이끌어왔다. (…) 그 길을 걷고 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내게 있다는 것을."

몽골.중국.미얀마.네팔.인도 등 10여개국을 걸어서 여행한 도보여행가 김남희씨가 두번째 책을 냈다. 지난해 펴낸 우리 땅 850km 종단기 '소심하고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1권에 이어지는 책이다.

이번에는 스페인의 천년 옛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로 가는 길) 편이다.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중 하나인 야곱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걸어왔던 길이다. 길의 끝에 야곱의 무덤이 있는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있어 순례 행렬이 천년 넘게 이어져왔다.

책은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하는 36일간 800km의 여정을 쫓는다. 뼈를 녹일 것 같은 뜨거운 태양볕, 피고름이 맺힌 무거운 발을 이끌고 '순례'하는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 먹고 본 것, 생각 등이 저자를 닮은 단정한 문장에 담겼다.

저자는 "신의 마음을 닮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길. 그 길이 준 선물은 타인에 대한 조건없는 친절과 달라진 나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썼다.

"세상을 탐험하는 것은 마음을 탐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 걷기는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여행하는 방법"(레베카 솔닛, '걷기의 역사')이라는 말에 절로 동의하게 되는 책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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