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옆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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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옆모습'- 안도현(1961~)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 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사랑의 얼굴에는 호감(好感)도 악감(惡感)도 없다. 사랑의 얼굴은 애증이 반반씩 들어앉아 있다. 애면글면 소매를 붙잡는 일도, 크게 귀찮아 하는 일도 없다. 사랑의 얼굴은 강물과 바닷물이 합수(合水)하는 지점만 같아라. 이러해야 싫증이 없어 여러 날 두고두고 할 수 있다. 앞뒤 아니라 나란히 서서 볼 일이다. 가로 놓고 옆으로 누이는 것이 순금의 사랑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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