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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첫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추정지 발견…유족회, 진상조사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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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우이동 소재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추정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우이동 소재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추정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에서 6‧25전쟁 기간 민간인 집단학살 추정지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한국전쟁유족회)는 정부에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3일 유족회는 이날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보고서를 인용해 서울 강북구 우이동 319번지(우이신설 도시철도 청사 옆)에서 수습 유해 최소 6개체와 미수습 유해 최소 2개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발견 유해는 6~60세 이상 등 다양한 연령대 유해로 대부분 남성이지만, 일부 여성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인은 명확지 않으나 일부 유해의 척추에 M1 소총(6‧25전쟁 당시 국군의 주력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된 탄두가 박혀있었다. 또 손목 부위가 철사로 결박된 유해도 있었다.

서울 우이동 소재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추정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우이동 소재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추정지. [사진 연합뉴스]

유해의 사지 뼈와 두개골에는 사망 무렵 생긴 것으로 보이는 골절이 있었다. 국군이 쓰던 탄약류와 십자가, 동전, 고무줄 등도 유해와 함께 발견됐다.

감식단은 “유해의 손목이 결박되고, 고무줄과 고무신을 착용하고 있으며, 또 엎드린 자세로 매장돼 있는 등 매장 특징이 민간인 희생자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유해는 우이신설선 도시철도 청사 2차 성토 작업 중 발견됐다.

유족회는 이들 유해의 모습이 민간인 학살 장면을 목격한 우이동 토박이 주민 원용봉(83)씨의 증언과 일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원씨는 “중학교 1학년이던 1951년 10월 경찰이 6‧25 전쟁 이전 북에서 내려와 살고 있던 음악 선생님 부부와 장모, 아들 2명 등 일가족 5명을 사살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원씨가 목격했다는 학살 장소는 이번에 발견된 유해 매장지와 25m 떨어진 장소다.

유족회는 강북경찰서와 국방부, 행정안전부 과거사지원단에 수습된 유해 6구를 ‘세종시 추모의 집’에 임시 봉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족회는 이번 발견에 대해 “9·28 서울 수복 이후 불법적으로 자행된, 이른바 ‘부역자’들에 대한 자의적 처형·학살의 물적 증거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진실화해위원회법 개정을 통해 당시 과거사에 대한 추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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