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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달의 예술 - 건축

건축은 어떻게 미래의 유산이 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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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재원 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

조재원 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하여 1979년 완공한 샘터 사옥이 이달 ‘샘터 ’간판을 내리고 ‘공공그라운드’로 오픈한다.

샘터사옥 공공그라운드로 재탄생

공공그라운드는 재무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부동산임팩트투자사로 작년 9월 샘터 사옥을 인수했다. 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세대들이 혁신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개보수공사를 진행해왔다. 필자는 개보수설계를 맡아 참여했다.

역사적인 건축물의 변화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샘터 사옥의 붉은벽돌을 감싼 담쟁이는 그대로인 듯하지만, 건물 곳곳은 40년 가까운 시간의 변화를 촘촘하게 새기고 있었다. 건물이 위치한 대학로가 대학캠퍼스의 터에서 문화예술의 중심지가 되어온 역동적인 시간의 변화다. 다행히 샘터사에서 신축 당시의 도면과 이후 증축되거나 개축된 기록들을 잘 남겨 전해주었다. 기록들을 꼼꼼히 읽고 원형대로 보존하거나, 복원을 고민해야 할 부분,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용하기 위해 변용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개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던 서울 대학로의 샘터 사옥 전경. [사진 진효숙]

지난해 11월 개보수작업이 진행 중이던 서울 대학로의 샘터 사옥 전경. [사진 진효숙]

샘터 사옥은 도시의 유전자를 품듯 건물을 관통하는 길과 광장, 여기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용도의 계획 등 김수근의 일관된 건축관이 반영되었다. 개보수 계획은 건물의 개방성을 내부 수직 동선까지 확장해 원형의 계획이 가진 의도와 고유함을 살리고 새롭게 건물을 채울 다양한 사용자들 간의 소통을 북돋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신축 당시부터 이번 개보수공사에 이르는 자료들을 빠짐없이 아카이브하고, 자료로 공유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1960~80년대 한창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지어진 의미 있는 근대건축물들의 연식이 40~50년을 지나고 있다. 이들 건축물이 소유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거나, 변형되어 원형이 가졌던 가치를 잃고 기록조차 유실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하고 보존과 활용의 원칙들을 논의할 공론의 장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실은 소유주의 특별한 의지에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근대건축물들은 급속한 근대화과정에서 당시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투영하면서도 태동하는 도시의 단초를 심기 위한 건축가의 도전과 시도, 그리고 이를 미래도시로 이어갈 풍부한 서사를 담고 있다. 이들을 사회적, 문화적 자산으로 미래세대에 남길 수 있을 것인가, 시간을 다투는 과제이다.

조재원 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