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전체에 항의한다…” 이탈리아 女배우 120명 ‘#미투’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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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여성인권 보장을 위한 '여성 행진'에서 한 참여자가 '미래는 여성이라'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1월 20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여성인권 보장을 위한 '여성 행진'에서 한 참여자가 '미래는 여성이라'라는 문구를 들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탈리아 여성영화인 120여 명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영화배우, 감독, 제작자 등 여성 영화인 120명은 이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주요 신문에 ‘공동 항의’(Dissenso Comune)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영화 산업 전반에 만연한 성차별과 폭력을 고발했다.

이들은 “우리는 한 명의 ‘치한’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전체에 항의하는 것”이라며 영화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차별을 시정하고 남성과 여성간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기 위해 연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여성영화인 중에는 영화 ‘레인맨’(1988), ‘불멸의 연인’(1995) 등에 출연한 배우 발레리아 골리노(Valeria Golino)와 TV시리즈 ‘고모라’의 감독 프란체스카 코멘치니(Francesca Comencini) 등의 유명인도 포함됐다.

앞서 이탈리아 출신 배우 겸 감독인 아시아 아르젠토(Asia Argento)는 지난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에 20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미투’ 운동이 세계로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공론화되지 않았다.

아르젠토의 폭로 이후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영화감독 겸 작가인 파우스토브리치(FaustoBrizzi) 등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발도 이어졌으나 그것마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아르젠토 등 성추행을 고발한 영화인들에 일부 언론 등은 “유명세를 얻기 위해 폭로했다” 등의 비난을 역으로 가하기도 했다.

이에 상처받은 아르젠토는 당분간 이탈리아를 떠나있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공동성명을 낸 여성영화인 역시 이를 언급하며 “성폭력 고발은 잠시 동안 큰 공분을 일으켰으나 곧 종료됐고, 사람들은 성추문희생자의 발언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고, 특히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입을 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이제 두려워하는 것을 멈출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고, 특히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입을 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요구한다”며 “하지만, 이제 두려워하는 것을 멈출 때”라고 강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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