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talk] 한국 팬 야유도 즐기겠다는 엘리스 크리스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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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월드컵 500m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엘리스 크리스티. [EPA=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월드컵 500m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엘리스 크리스티. [EPA=연합뉴스]

"응원도 야유도 모두 좋다. 재밌는 레이스를 하겠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강력한 라이벌 엘리스 크리스티(28·영국)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강릉에서 첫 적응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그는 친절한 태도로 한국 취재진을 맞이했습니다.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있었던 한국 대표팀과의 악연도 즐기는 듯 했습니다.

크리스티는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선두로 달리던 박승희를 넘어뜨린 것이죠. 박승희는 다시 일어나 달려 동메달을 차지했지만 크리스티는 한국 팬들의 사이버 테러에 시달렸습니다. 결국 엄청난 비난 탓에 소셜미디어를 일시적으로 닫기도 했습니다.

2014 소치 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크리스티에게 걸려 넘어진 박승희. [뉴스1]

2014 소치 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크리스티에게 걸려 넘어진 박승희. [뉴스1]

하지만 크리스티는 이후 박승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따로 만나 박승희와 화해를 했습니다. 한국선수들과는 어쩔 수 없이 경쟁하는 처지지만 링크 밖에선 좋은 친구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티는 "최민정과 심석희는 좋은 친구다. 특히 최민정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주 대화를 나눈다"며 "그렇지만 최민정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도 그의 모습은 똑같았습니다.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페이스를 올렸습니다. 연습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를 보니 '조용하게 강한' 최민정 선수와는 또다른 스타일이라 더욱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티는 단거리 스페셜리스트입니다. 2016년 세운 500m 세계신기록(42.335)은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세계선수권에선 최민정과 심석희를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밴쿠버(500m 11위, 1000m 19위, 1500m 20위)와 소치(500m 8위, 1000m 7위)에선 노메달에 그쳤던 그는 세 번째 올림픽에서 첫 메달에 도전합니다. 크리스티는 "얼음이 잘 미끄러진다. 경기장에 꾸며진 자주색도 내가 좋아하는 색"이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많은 관중들이 온다면 더욱 환상적일 것 같다"며 한국 팬들의 응원에 대해서도 "멋지다. 응원도 야유도 좋다"고 대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강릉선수촌에서 남자친구 산도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엘리스 크리스티. [크리스티 SNS]

강릉선수촌에서 남자친구 산도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엘리스 크리스티. [크리스티 SNS]

크리스티는 '올림피언 커플'이기도 합니다. 5살 연하인 헝가리 남자 쇼트트랙 대표 산도르 리우 샤오린(23)이 남자친구입니다. 지난 1일 크리스티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다정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을 올리며 "내가 선수촌에서 누굴 찾았는가 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크리스티는 "부상 치료 때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만나게 됐다.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고 웃었습니다.

크리스티는 지난시즌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강릉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서 열린 여자 1000m에 모두 우승했고, 세계선수권에선 종합우승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올시즌엔 조금 부진해 주종목 500m 랭킹 6위에 그쳤습니다. 지난 10월 입은 부상 때문입니다. 두 달 정도 훈련도 하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습니다. 크리스티는 "지금은 아주 좋다. 스케이틀 탈 수 있어 흥분된다"며 좋아진 몸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크리스티는 "500m에 집중하고 있다. 판커신(중국)의 기량이 워낙 뛰어니지만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했습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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