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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한 팔로 운전도 하지만···月100만원 치료비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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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1주년…"이식한 팔로 운전도 해요"

2일 대구 달서구 W병원에서 열린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1주년 기념 경과설명회'에서 우상현 W병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씨의 손과 팔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일 대구 달서구 W병원에서 열린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1주년 기념 경과설명회'에서 우상현 W병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씨의 손과 팔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아직 세밀한 움직임은 힘들지만 집에서 양치도 하고 머리도 감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2일 대구 W병원서 팔이식 1주년 경과보고회 열려 #팔 이식 받은 손진욱씨 "양치도 하고 머리도 감아" #의료보험 급여 대상 오르지 못한 것은 여전히 숙제

2일 오전 대구 달서구 W병원에선 특별한 설명회가 열렸다. 1년 전 이날 국내 최초로 진행된 팔 이식 수술의 경과 설명회였다. 이 자리에는 수술을 주도한 우상현 W병원장과 영남대병원 도준영 장기이식센터장, 장성호 재활의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팔 이식 수술의 주인공인 손진욱(37)씨도 자리했다.

손씨는 지난해 2월 2일 영남대병원에서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왼쪽 손목 위 약 10㎝ 부위에서 사람 팔의 뼈와 신경·근육·혈관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수술이었다. 앞서 손씨는 2년6개월 전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상태였다. 수술엔 수부외과·성형외과·정형외과·신장내과 등 10여 개 진료과 30여 명의 의료진인 힘을 합쳤다.

지난해 2월 2일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우상현 대구 W병원장과 의료진들이 팔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지난해 2월 2일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우상현 대구 W병원장과 의료진들이 팔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대구시]

수술이 이뤄진 지 22일 만인 지난해 2월 24일 손씨는 병원 침대를 털고 일어섰다. 퇴원 시점엔 손가락을 모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손씨는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처방받으며 여전히 낯선 왼팔과 친해지고 있다.

우상현 병원장은 "팔 이식 환자에게 있어 처음 1년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기간 동안 거부반응이 심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수술 직후 '수술이 성공적인가'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1년 동안 면역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손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손씨는 "수술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는데 현재 이식 받은 팔은 정상인의 70% 정도 기능을 하고 있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손씨는 이식 받은 손에서 땀이 나는 변화를 겪었다. 과거 양손에서 땀이 많이 났던 손씨는 이식 받은 손에선 땀이 나지 않았지만 1~2달 전부터 땀이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 병원장은 "이식 받은 손에서 땀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신경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씨는 지난해 7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이식 받은 팔로 시구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혼자서 옷을 입거나 운전을 하는 등 대부분의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지난해 7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국내 첫 팔 이식 환자인 손진욱씨가 이식 받은 왼팔로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국내 첫 팔 이식 환자인 손진욱씨가 이식 받은 왼팔로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준영 센터장은 "첫 1년을 잘 보냈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며 "더 많은 노력과 관심, 의료적인 뒷받침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끝까지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직후 제기됐던 팔 이식 수술의 위법 논란도 정리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가 장기 등 이식윤리위원회가 수부(손·팔)를 '장기이식법' 상 관리대상에 포함하기로 하고 같은 해 7월엔 이런 내용을 담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다. 오는 3월쯤 법률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팔 이식 수술·치료가 의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우 병원장은 손씨처럼 팔 이식 수술에 성공한 환자가 늘어나기 위해선 팔 이식이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씨의 경우 첫 수술인 만큼 메디시티대구에서 재정적 문제를 적극 도와주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팔 이식에 대한 의료보험 규정이 없어 막대한 경비가 든다. 의료보험 적용이 이른 시일 내 이뤄져야 제2, 제3의 팔 이식 성공 환자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 대구 달서구 W병원에서 우상현 W병원장(오른쪽)이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씨의 손과 팔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일 대구 달서구 W병원에서 우상현 W병원장(오른쪽)이 이식 수술을 받은 손진욱씨의 손과 팔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손씨가 수술 받은 이후 현재까지 7000만~8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W병원은 전했다. 수술 자체 비용도 문제지만 평생 처방을 받아야 하는 면역억제제의 가격이 매달 100만원 가까이 든다. 팔 이식 수술에 따른 면역억제제가 의료보험 급여대상이 되면 이 비용은 10분의 1로 줄어든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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