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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미술품 경매업체들 직거래 중개 '부업' 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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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소더비가 2004년 직거래를 중개한 19세기 러시아 황실의 보물 ‘파베르제의 달걀’(사진 (左))과 같은 해 크리스티의 중개로 매매가 이뤄진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의 ‘성모자’.


국제적인 미술품 경매업체들이 공개 경매 이외에 미술품의 직거래 중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매를 위한 도록이나 전시장 준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수료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소더비는 지난해 1~9월 1억8310만 달러 규모의 직거래를 성사시켜 1490만 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또 크리스티는 지난해 1억8100만 달러에 달하는 직거래를 중개해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가 중개한 직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3000만 달러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필립스 드 퓨리는 최근 앙리 마티스의 유화와 앤디 워홀의 1979년작 실크스크린 작품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얼마에 팔렸는지, 누가 샀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개경매가 아니라 팔고 사는 사람을 직접 연결해주는 직거래였기 때문이다. 2004년 크리스티는 13세기 이탈리아 화가 두치오 디 부오닌세냐의 '성모자'를 4500만 달러에 직거래 매매를 중개했다. 소더비는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의 '오스카'를 1000만 달러가 넘는 값에 올해 직거래로 팔았다.

이런 사례들은 국제 화랑가에선 '빙산의 일각'으로 통한다. 일부 경매업체들은 아예 자사 소속 중개인들에게 '당사자간 직거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강조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미술품 직거래가 늘어난 데는 거래 당사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경매 과정에서 경쟁이 붙어 미술품 가격이 턱없이 높아지는 현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매수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여기에 소장 미술품을 '조용히' 처분하려는 미술관들도 직거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런 직거래 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직거래가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경매가 뜸해져 미술품 가격 책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공정 가격이 없는 미술품 시장에선 경매에서 형성된 가격이 기준 가격 노릇을 한다.

예술분야 경제분석가 마이클 모지스는 "주식거래의 일부분만 알려지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상상할 수 있는가"라며 미술품 직거래를 비판했다. 개인 중개업자들은 "유명 경매업체들이 자신들의 명성을 직거래에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매업체들은 "직거래가 늘기는 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보면 여전히 경매 방식의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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