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사드 보복에...'후'가 이끈 LG 생건, 4년 만에 아모레 제치고 1위 등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생활건강이 아모레퍼시픽을 누르고 4년 만에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불어 닥친 중국의 사드 보복을 피해갈 순 없었지만 받아든 성적표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아모레 지난해 영업이익 32% 감소 #중국 사드 보복에 면세점 등 매출 타격 #'후' 앞세운 고급화 전략 펼친 LG 생건이 매출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지난해 매출은 6조291억원, 영업이익은 7315억원이다. 전년보다 각각 10%, 32.4% 감소한 결과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2014년부터 아모레퍼시픽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지난해 LG 생활건강의 매출액은 6조2705억원, 영업이익은 93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5.6% 증가했다. 2016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이 LG 생활건강보다 매출이 6000억원 이상 많았다.

중국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LG 생활건강의 '후' [사진 LG생활건강]

중국에서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LG 생활건강의 '후' [사진 LG생활건강]

이번 역전의 주역은 화장품 브랜드 ‘후’다. 단일브랜드 기준 지난해 1조4200억원어치가 팔렸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화장품 매출은 3조3111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 이 가운데 43%를 후가 벌어들인 셈이다. 궁중화장품을 표방한 후는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한류스타 이영애를 모델로 내세우며 중국 내 상위 5% 고객을 공략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내인 펑리위안 여사가 애용한다고 알려지면서 현지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굳혔다. 발효화장품 ‘숨’ 역시 중국 내 최고급 브랜드 대열에 오른 가운데 지난해 매출액 3800억원을 기록했다. 두 브랜드는 사드 보복에도 오히려 중국 내 매장 수가 늘었다. 중국 최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한 결과, 지난해 말 매장 수는 후과 숨이 192개와 70개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34개,55개가 늘었다.

후에 밀릴 것으로 예상했던 아모레퍼시픽의 최고급 브랜드 ‘설화수’는 체면치레를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매출액을 공개할 순 없지만 후보다는 매출이 조금 높은 수준" 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면세점 판매에서 후는 3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3549억원을 기록한 설화수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바 있다. 2015과 2016년에는 후가 면세점 매출 순위에서 설화수에 밀려 2위였다.

중국 백화점의 설화수 매장 [사진 아모레퍼시픽]

중국 백화점의 설화수 매장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은 사드 보복 이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엔 4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분기엔 2000억원대, 3분기와 4분기에도 2500억원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은 아모레퍼시픽의 중요한 매출 창구다. 전체 매출액에서 면세점 비중이 22%로 단일채널 가운데 가장 높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중국 현지에서도 대표적 한국 화장품이라는 인지도가 역효과로 작용하면서 고급 브랜드 외에 이니스프리나 에뛰드 같은 로드샵 매출도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의 고급 브랜드 집중 전략과 더불어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사드보복의 완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매출 대부분이 화장품에서 나오는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이 전체 매출의 47%에 이른다. 음료 부문은 지난해 1조3789억원의 매출과 127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과 비교해 2.6%, 9.7% 성장했다. 코카콜라 등 탄산음료와 커피브랜드 ‘조지아’와 이온음료 ‘토레타’ 등 비탄산음료 매출도 골고루 증가했다. 목욕용품인 ‘온더바디’ 를 비롯한 생활용품사업 매출은 1조5804억 원,영업이익은 167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0.9%,10.6% 줄었지만 시장점유율은 37%로 늘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