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스타일’ 트럼프…원고와 실제 연설 싱크로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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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한 30일 오후 9시(현지시간). 연설 시작과 동시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원고를 배포했다.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한 트럼프 대통령. 그는 연설 내내 적극적으로 청중의 반응을 유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취임 후 첫 국정연설을 한 트럼프 대통령. 그는 연설 내내 적극적으로 청중의 반응을 유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취임 후 첫 국정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취임 후 첫 국정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막말에 가까운 거침없는 발언을 즉흥적으로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사전 원고와 얼마나 일치했을까.

자화자찬·과시로 채워진 첫 국정연설 #매우·아주 등 강조어 원고보다 많이 써 #청중 호응 없을 땐 손짓으로 박수 유도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국정연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은 원고대로 연설할까”를 꼽았다.
폴리티코는 “그가 평소 트위터에서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백악관 회의에서도 ‘거지 소굴(shithole)’ 같은 막말을 하지만 연설에선 원고에 충실했다”며 돌출발언은 없을 거라 예상했다. “메시지에 충실할 때 일이 잘 진행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사전에 배포된 원고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자화자찬과 과시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의 호흡을 조절하면서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특히 과장법을 동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적인 화법은 이번 연설에도 드러났다.

경제적 성과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숫자를 반복해 거론하는가 하면, 강조법을 수차례 사용했다. 이를테면 원고에는 없는 ‘아주(wonderful)’, ‘아름다운(wonderful)’, ‘매우(very)’ 같은 수식어가 그의 성과를 강조하는 데 동원됐다.

취임 후 첫 국정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취임 후 첫 국정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또 원고에 있는 것보다 “감사하다(Thank you)”는 말도 훨씬 많이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중의 반응도 세심하게 살피며 호응을 유도했다.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서 기대했던 반응이 없으면 일부러 호흡을 가다듬으며 박수를 이끌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줄여 평균 가계소득이 4000달러 늘었다”고 자화자찬할 때 반응이 없자 그는 “매우 큰 돈(a lot of money)”라고 치적을 재차 강조하며 청중의 박수를 요구했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치적으로 내세울 땐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기립박수를 치라며 손짓을 하기도 했다.

이날 방청석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기립박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면서도 이견이 있는 이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이동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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