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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중국]차이나머니,홍콩 찍고 런던으로-후룬퉁(滬論通)

중앙일보

입력

AㆍBㆍHㆍNㆍTㆍLㆍS주. 중국 주식은 다품종이다.
AㆍB주는 상하이ㆍ선전 등 중국 대륙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이다. H주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국유기업의 주식이다. N주는 뉴욕, T주는 도쿄, L주는 런던, S주는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됐다.
주식은 다품종으로 발행했지만 호주머니 두둑한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때가 있었다.

내국인 전용인 A주는 자격을 갖춘 외국인 기관투자자에게 부분적으로 문호를 열었고 외국인 전용인 B주는 내국인 투자가 부분적으로 허용됐지만 부동산으로 재미를 거의 다 본 ‘왕서방’들에게 감질날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개인들의 투자 욕구를 풀어준 물꼬는 2014년 후강퉁이었다. 상하이를 뜻하는 후(滬)와 홍콩의 강(港)을 결합한 조어다. 상하이 거래소와 홍콩 거래소간 교차 거래를 허용했다. 지난 3년간 하루 평균 49억위안(홍콩→상하이)ㆍ39억위안(상하이→홍콩)의 자금이 대륙과 홍콩을 오갔다.

이제 중국의 자금은 세계 증시의 심장부의 하나인 런던을 겨냥하고 있다. 이른바 후룬퉁(滬論通)이다. 상하이와 런던을 결합한 말이다.
후룬퉁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결정 이후 국제 금융 허브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는 영국과 자본시장 세계화를 모색해온 중국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면서 물살을 타고 있다.

상하이 증시와 런던 증시의 교차 거래를 의미하는 신조어 후룬퉁. 국제금융의 허브 가운데 하나인 런던 증시와 교류를 통해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의 첨병이 될지 주목된다. [사진= 셔터스톡]

상하이 증시와 런던 증시의 교차 거래를 의미하는 신조어 후룬퉁. 국제금융의 허브 가운데 하나인 런던 증시와 교류를 통해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의 첨병이 될지 주목된다. [사진= 셔터스톡]

관영 신화통신은 “개혁ㆍ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의 자본시장은 후룬퉁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과 마카이 중국 부총리는 베이징에서 열린 양국 경제금융 고위급 대화에서 후룬퉁 개통에 속도를 내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후강퉁을 통해 서방자본과의 교류 파이프 라인을 뚫은 중국이 이젠 바다 넘어로 시야를 돌려 런던 금융허브와의 채널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현실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잖지만 큰 흐름은 후룬퉁의 등장에 무게가 실린다.

후룬퉁이 성사되면 어떻게 될까. 위안화 국제화는 가속을 밟게 되고 중국 A주 시장의 국제적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는 중국발 외생 변수 하나를 더 짊어지게 됐다는 하소연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차이나랩 정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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