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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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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의 여성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첫 여성극단미얄(대표 김정자)이 지난달 30일 극단등록을 끝내고 『꽃다운 이 내 청춘』을 17∼18일 오후4시30분과 7시30분 종로3가 미리내 극장에서 공연한다. 또 서울YWCA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춘향전을 오는 29일 오후3시 명동 서울YWCA 중흥당 무대에 올린다. 2개의 이색 연극내용을 미리 알아보면-.

<『관광기생』얘기>17∼18일 미리내 극장|현지처 비극 마당극 식으로 그려
제1회 민족극 한 마당의 참가 작품으로 미리내 극장 무대에 올려질 『꽃다운 이 내 청춘』(최성희 작, 김정자 연출)은 산업화를 향해 치닫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 관광기생·일본인 현지처로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유린되고 망가져 가는 가를 리얼하게 그린 마당극 스타일의 연극. 미장원, 일본인 현지처 영순의 아파트, 관광기생 교육장, 기생파티, 장례식, 보건증 검사장, 영순의 아파트 등 총7장으로 무대가 바뀌면서 빚과 마약과 남성들의 성적 횡포에 시달리는 이른바 관광기생들의 생활이 펼쳐진다.
또한 반관 반민으로 설립된 단체에 의해 실시되는 관광기생 교육의 강사로 등장한 대학교수는 88올림픽의 성공과 한국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들 여성들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
『AIDS는 아주 드문 경우니까 염려 안 해도 된다』고 까지 억지를 부린다.
결국 한 명은 일본관광객의 벌주를 마시다, 다른 한 명은 병을 옮겨주고 도망가려는 일본동거인을 칼로 찌르고 자신도 죽는 비극으로 연극은 끝난다.
한순희·오순애·김명화·이혜경 등 여성의 전화·한국여성민우회 등에서 활약하던 14명의 20∼30대 주부 직장인등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것이 여성극단 미얄. 앞으로 한해 1∼2회의 정기공연을 할 계획이다. <박금옥 기자>

<외국인 춘향전>29일 서울YWCA서|춘향엔 일본여인, 몽룡은 미국인
외국인들이 『춘향전』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어를 익히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서울YWCA에서 춘향전을 공부해오던 외국인 및 해외교포 8명은 29일 오후3시 중흥당에서 연극『춘향전』을 공연, 그간 닦아온 실력을 선보이기로 한 것.
춘향 역에는 남편 근무지가 바뀜에 따라 1년 전 서울로 온 일본여성 「이구치·아키코」(27)가 배정됐고, 몽룡 역에는 미국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급기야 서울까지 유학(?)오게 된 「존·캄파그놀로」(21)가 선정됐다.
월매 역은 일본여성 「오가무라·사치코」(27), 변학도는 재일 교포 안수치씨(24)가 각각 맡으며 재일 교포 한동수 씨(23)는 여장을 하고 향단으로 등장한다.
천주교사제로 작년6월 서울에 온 「안토니오」 신부(스페인·29)는 몽룡에게 춘향이 변학도로부터 당하고 있는 고초를 들려주는 농부로 등장하며, 방자 역은 재미교포 박수용 씨(20)가 맡는다.
작년 9월 서울에 왔다는 박씨는 『어려운 단어는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의미를 쉽게 알 수 있고, 발음도 큰 소리를 지르면서 하니까 빨리 익혀지는 것 같다』고 싱글벙글.
이들은 한결같이 『춘향의 남편에 대한 극진한 사랑이 감동적』이라며 돌아가서도 주위에 널리 알리겠다고 기염이 대단하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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