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거경기가 흥청거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방경기에 때아닌 대목바람이 불고 있다. 5대1을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한 이번 총선의 과열 상이 빚어낸 옆모습이다. 인쇄소·현수막 제조업체 등은 후보들의 주문을 감당치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고 각 지방의 요식업소·선물류업체·관광업소·백화점등이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 틈을 타 바가지 상혼이 설치고 유권자의 금품요구형태가 나타나는가 하면 농어촌·광산촌에서는 괴리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폐단도 적지 않다. 총선을 맞은 지방경기의 현장을 가본다.
◇인쇄·홍보업=현수막·플래카드 제조업체인 마산시 상남동 J국기사는 요즘 밤마다 불을 밝히고 철야작업을 하느라 즐거운 비명.
J국기사는 최근 너비 1백2cm, 길이 10m짜리 현수막 1천여 장을 3만5천 원에 주문 받아 5명의 직원이 1주일간 밤샘작업을 해 간신히 공급하고도 연일 일감이 밀린다.
이 업소 관계자는『이 때문에 단골거래선인 백화점이 주문한 현수막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구·경북의 현수막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보다 2배 이상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선거 때는 1개 선거구 당 30장 내외의 현수막이 걸렸으나 총선에서는 후보 당 3백∼4백장씩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거간판 전문업소인 대구S사는 상업미술사 5명이 철야작업을 해도 주문을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대목을 맞은 대구·경북지역인쇄업계는 각 선관위의 투표용지·선거공보 등 1억5천만 원 상당을 비롯해, 후보들의 선전팜플렛·인쇄물·명함 10억 여 원 상당 등 12억 원 이상의 총선 특수를 예상.
각종 인쇄물 발주 액도 건당 최하 2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이상에 이르는 대형이다.
광주시 남동의 T, S인쇄소는 요즘 납품일자를 맞추기 위해 인근 호텔 방까지 얻어놓고 밤샘 제작을 한다.
전주 E인쇄소는 주문량이 평소의 3∼4배에 이르러 직원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렸고 B인쇄소 관계자는 종이 값이 올랐는데도 종이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일반인쇄물은 뒤로 밀린다. D대학 환경문제연구소는3월초에 논문집을 펴낼 예정으로 부산시보수동 모 인쇄소에 제작을 의뢰했으나『선거관련 유인물 제작으로 바쁘다』며 미뤄 아직 논문집을 못 내고있다.
◇요식업=대구남구의 한 후보는 Y불고기 집·K동산을 아예 단골식당으로 지정, 한꺼번에 50∼1백 명씩 유권자들을 모아 불고기 파티를 열고 지지를 호소.
이 때문에 이들 2개 식당은 아예 일반고객은 외면하고 1시간 간격으로 밀리는 예약손님을 받는데도 자정을 넘기기 일쑤라고 종업원들이 비명.
청주시 사직동 K식당은 신진후보들의 단합대회·종친회 등으로 하루 1천여 명 이상의 손님을 치르는「반짝경기」를 누리고 있으며 북문로 Y뷔페 3층 연회장은 여당후보가 주최하는 2백∼3백 명씩의 부녀자 회식으로 대만원.
마산 로열호텔은 계모임·동창회 등을 위한 연회장의 밤 시간 예약이 16일까지 끝나 있으며 선거관련 단체손님이 잇따르고 있는 부산시 만덕동 O공원식당은 봉고 등에 『계모임·동창회환영』이라는 광고문을 내걸고 고객유치에 열중.
특히 1인당 2천 원 정도 하는 대중음식점은 식사 때가 되면 50∼1백 명씩 몰려와 자리 잡기가 힘든 형편. 1백50명을 수용하는 광주시 대의동 H한식집의 경우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1시간정도씩 기다려야할 정도다.
◇선물류=가장 대중적인 선거용 선물인 수건은 3월 이후 수요폭발현상. 부산시 학장동 D타월관계자는『3월 이후 평소보다 70∼80% 매출이 늘어났다』고 했다.
이로 인해 수건 값이 올라 S타월 인천대리점에 따르면 지난해 9월초 1천원 짜리였던 수건이 1천2백원으로 20% 인상됐다.
선물이 열쇠고리·라이터·여행가방·물통·비누세트·설탕·손지갑·모자·스카프·바늘쌈지·식용유·메리야스·니코틴제거용 물부리·고급식빵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평소 한산하던 이들 업종도 한칠 대목을 맞은 것은 물론이다.
부산의 제빵 업체인 K사는 최근 개당 2천∼3천 원 하는 고급 빵의 단체주문이 갑자기 늘었다고 했다. 창당대회·단합대회 등 점심식사용으로 제공되고있기 때문.
수원의 열쇠고리업체인 B사 관계자는 『평소에는 찬밥신세였는데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선거운동용 주문이 밀려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고 즐거운 표정.
꽃집도 재미를 보고 있다. 예년 같으면 비수기인 4월 들어 오히려 수요가 급증, 애경 상조용으로 3만∼5만원 짜리 꽃바구니가 많이 팔린다는 것.
◇백화점=각 후보들은 마을단위로 여행을 가거나 모임이 있을 때 예외 없이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이 때문에 대전지역 H백화점, D백화점 등 유명백화점의 지갑·와이셔츠·넥타이등 선물용품 코너는 때아닌 호황.
D백화점의 경우 잡화코너에서 거래되는 넥타이만도 3월에는 하루평균 40만∼50만원 선이었으나 4월 들어 60만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관광업소=일요일인 10일 진해의 군항제에는 군항제 개설이래 최대인파인 15만 명이 전국에서 몰려 큰 혼잡을 이뤘고 설악산은 이 달 들어 평일 1만2천 명, 주말 2만여 명으로 최대인파를 기록하고 있다. 독립기념관·경주·부곡 및 수안보온천·용인 자연농원 등에도 인파가 물결을 이룬다.
봄철관광·수학여행에 선거용 선심관광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수관광경기로 관광지 숙박업소들은 예년에 없던 호항. 경주 불국사 인근의 E여관은 객실 20개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가득 차고 있다고 밝혔다.
수안보온천의 호텔 급 숙박업소는 주말엔 예약이 다 돼 방을 구할 수 없는 실정. S호텔의 경우 객실 50개가 이 달 말까지 주말 예약이 끝났고 S장 여관도 객실 52개가 단체관광객으로 주말은 5월말까지 1백% 예약돼 있다.
관광버스회사의 선거경기는 절정에 달해 부산시내 16개 사 관광버스 4백50여대는 이 달 말까지 일요일에는 1백%, 평일에는 95%이상 예약이 완료됐고 전남도 내 18개 업체의 관광버스1백56대도 이 달 말까지 평일에도 모두 예약돼 있다.
강릉시내 5개 관광버스회사는 지난달 하순에 4월분 예약이 매진됐다.
마산 S관광 관계자는 『지난 7일 모 정당 선거사무소에서 15일을 전후해 버스 15대를 예약해달라고 했으나 버스를 구할 수 없어 계약을 못했다』고 밝혔다.
대전 Y관광관리부 박 모씨(41)는 『단체관광객의 30%는 각 후보측에 의한 선심관광』이라고 말했다.
◇바가지 상혼=선거경기를 틈타 바가지 상혼이 설치고 있다. 지난 10일 벚꽃관광객이 진해에 몰리자 택시들은 미터요금을 무시한 채 3천 원씩 받던 진해∼창원, 마산까지 요금을 1만원씩으로 올려 받았고 식당은 1천 원 짜리 된장찌개를 1천8백∼2천 원씩 받았다.
인천에서도 선거 철을 맞아 대중음식점들이 음식값을 최고 25%까지 올려 받고 있다. 주안동 C가든 등은 2천 원 하던 갈비탕을 2천5백원으로 인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