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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노사분규 악순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막대한 누적적자로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노사분규가 지난여름에 이어 올 봄에도 재연되고 있다.
특히 11일자로 직장폐쇄에 들어간 대자조선의 경우 조선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든 지난85년 이후 3년째 연속 적자를 기록,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적자는 갈수록 늘어 지난85년 98억 원이었던 것이 86년 4백46억 원으로, 그리고 지난해에는 노사분규에 풍수해까지 경쳐 적자폭은 6백94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우조선 측은 그래서 노조 측이 당초 요구한대로 기본금 55% 인상안을 받아들일 경우 연간 9백26억 원의 추가부담이 발생, 도저히 회생불능의 경영위기를 맞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더우기 지속적인 원화 절상과 이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 발생, 조선기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조선경기의 불황지속 등으로 올 들어 9백억 원의 적자요인이 발생할 전망이라는 것.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는 사실 심각하다.
작년12월말 현재 대우조선의 부채총액은 1조3천9백71억 원으로 그중 자금 압박의 주 요인이 되는 유동부채만도 9천2백39억 원에 이른다. 이로 인해 하루 이자지급액이 무려 3억9천만 원에 달해 빚을 얻어 이자를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천억 원의 증자를 통해 악성부채를 상환한 결과가 이 정도다.
지난해 매출액은 5천1백39억 원으로 자본금(6천8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연간매출의 두 배가 넘는 과도한 부채부담을 안고있다.
이 같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올 들어 김우중 회장이 직접 경영을 맡아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착수했으나 워낙 부실의 뿌리가 깊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우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직장폐쇄 조치로 생산계획이 4주일동안 지연될 경우 4백80억 원의 매출감소와 선박인도 지연으로 인해 하루평균 2억8천만 원씩 총 62억 원의 배상금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 잔량은 수출선26척, 국내선 8척 등 총34척이며 인도가 임박한 선박은 4월중 원유운반선 2척, 정유운반선 1척 등 3척과 5월중 원유운반선1척, 6월중 석유시추선1척 등이다.
한편 현대 중공업도 심상치 않다. 노조 측은 기본급을 정액으로 7만 원씩 인상하고 재해수당·가족수당 등을 신설하며 상여금을 6백%까지 올릴 것과 퇴직금 누진율 적용 등을 요구하며 12일자로 쟁의신고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국내조선소들은 85년 이후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적자폭도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더우기 지속적인 원화 절상으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한편 대우자동차가 12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자동차업계 역시 분규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작년 같지는 않겠지만 워낙 연관 효과가 큰 업종이라서 금년에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우의 경우 그 동안의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량감소로 인해 이미 일부 부품업계에서는 재고부담이 심해 덩달아 생산량을 줄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우에 납품하는 부품회사는 3백71개 사로서 하루 25억 원 상당을 공급하고있다.
지난해 대우자동차의 영업실적은 매출액 9천6백17억 원에 53억 원의 적자를 냈다. 금년은 생산라인의 증설과 대미 수출 본격화로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기아산업의 경우 이번 주말부터 임금협상이 시작될 예정인데 이들 역시 20%이상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단체협약은 무사히 끝낸 상태로서 임금협상만 남겨놓고 있는데 오는 5월말까지로 시한을 잡아놓고 현재로서는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장규·배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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