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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거듭나야" 주장에 "언제까지 이런 소리 들어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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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중앙지검의 검사와 수사관 등 300여 명은 15일 오전 박원순(50.아름다운재단 이사장.사진) 변호사의 강연을 들었다. 특수부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외사부, 금융조사부 소속의 핵심 수사 요원들이다. 이 자리를 마련한 이인규 3차장은 "수사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인권 문제에 대한 따끔한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연장에 들어서는 검사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특수부의 한 검사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 잘하는 사람에게 물어봐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인권과 검찰의 독립, 과거사에 대한 반성 등을 주제로 과거의 검찰을 비판했다. 한 시간가량 이뤄진 이날 강연에서 그는 "법을 배운 사람으로서 1970~80년대 한국 수사기관의 고문 실태를 알고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이 모아온 신문 스크랩을 펼쳐보이며 "여기를 보면 국민은 법대로 하면 손해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과 동등하게 취급받는지, 검찰이 이 점에서 자유로운지 새겨볼 일"이라고도 했다. 박 변호사의 발언에 검사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이에 박 변호사는 "검찰에서 세 번 조사를 받았으니 검찰과 인연이 깊다"며 농담을 건넸지만 반응은 썰렁했다.

박 변호사는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를 통해 내각을 네 번 해산시킨 예를 들며 "검찰 특수부 등이 1년만 제대로 움직이면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부분이 많이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떤 외부 입김에서도 영향을 받지 말고 사회악을 척결해야 한다"며 "검찰은 흙탕물을 맑게 하는 샘물과 같은 존재"라고 치켜세웠다.

박 변호사의 강연이 끝난 뒤 이인규 차장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 발견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인권 문제 등을 소홀히 한 것 같다"며 "박 변호사의 말은 사회적 거악에 대한 척결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진 서울중앙지검장은 "참고할 말이 많지만 현재의 검사인력으로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반면 평검사들 사이에선 대안 없는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부의 한 검사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무조건 검찰을 비판만 한다"며 "언제까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인권과 수사관행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좋지만 검찰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정치권 등의 반성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었다. 외사부의 한 검사는 "인권도 우선시하고, 정권에도 구애받지 않는 수사를 하라는 것은 꿈만 같은 주문"이라고 밝혔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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