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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정현, 37세 페더러를 지치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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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정현(左), 로저 페더러(右)

정현(左), 로저 페더러(右)

최연소(The youngest) 정현(22·한국체대·세계 58위) 대 최고령(The oldest)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 두 사람이 격돌하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이 26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센터코트)에서 열린다.

샛별 vs 황제, 오늘 호주오픈 준결승 #페더러 체력 아끼려 초반에 강공 #5경기 평균 1시간58분 속전속결 #정현 스트로크 랠리로 오래 끌면 #나이 많은 상대 집중력 떨어질 수도 #JTBC·JTBC3, 오후 5시30분 중계

정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테니스 샛별’이고, 페더러는 메이저 타이틀만 19개인 ‘테니스 황제’다. 특히 두 사람은 이번 대회 4강에 오른 최연소(정현), 최고령(페더러) 선수로, 15살 차다. 한마디로 패기와 관록의 한판을 예고한다. 역대 호주오픈 준결승전 진출자 중 페더러보다 나이 들었던 선수로는 1977년 켄 로즈월(호주·당시 42세)이, 정현보다 어렸던 선수로는 2010년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당시 22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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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페더러와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정현은 라파엘 나달(32·스페인·1위)과 지난해 두 차례 만나 모두 졌고,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와는 1승1패다. 조코비치는 정현이 지난 22일 16강전에서 3-0으로 물리쳤고, 나달은 8강전 도중 부상으로 기권했다. 이제 남은 스타는 페더러 뿐이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페더러 은퇴 전에 꼭 대결하고 싶다”고 했는데, 두 달 만에 바람이 이뤄졌다. 그것도 메이저 대회, 더구나 1, 2회전도 아닌 준결승전에서다.

페더러의 승리로 끝날 거라는 게 전반적인 예측이다. 호주 현지에서 관전 중인 이진수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는 “객관적 실력은 (정현이 이기기) 힘든 게 맞다. 기세가 대단히 좋지만, 페더러가 빠르고 공격적이기 때문에, 정현이 자신의 테니스를 구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페더러는 체력을 아끼기 위해 초반에 승부를 건다. 적은 랠리로 점수를 뽑고, 서브 게임은 지키면서 버릴 게임은 과감히 버린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8강전까지 5경기 동안 한 세트도 뺏기지 않았고, 평균 경기 시간은 1시간 58분에 불과하다.

정현 vs 로저 페더러

정현 vs 로저 페더러

전문가들은 정현에게 체력전을 주문한다. 정현이 강점을 보이는 스트로크 랠리로 한두 세트를 따내, 승부를 4, 5세트까지 끌고 가면, 페더러가 지쳐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손승리 코치는 “조코비치 경기 전날도 마사지를 받고 휴식했다. 페더러와 결전도 마찬가지다. 정현 입장에서도 우선 체력 비축이 중요하다. 25일 하루는 테니스 훈련은 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고 전했다.

코트를 넓게 쓰는 정현은 상위 랭커를 상대하면서 많이 뛰었다. 발바닥에 물집도 여러 개 잡혔다. 일부 물집은 터지고 피멍까지 든 상태여서 의사를 불러 치료도 받았다. 투어 대회를 뛰면서 발바닥 상태가 이처럼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정현은 “이렇게까지 한 거 준비 잘해서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네빌 고드윈 코치는 “페더러의 날카로운 서브에 대응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베이스라인 플레이에선 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스포츠 베팅업체인 ‘윌리엄힐’이 이 경기의 승자 맞히기에 책정한 배당률은 정현 4.5배, 페더러가 0.14배다. 이길 가능성이 큰 쪽의 배당률이 작다. 남자프로테니스(ATP)는 공식 소셜미디어에 정현과 페더러의 사진을 게시하고 ‘누가 이길까’ 설문 중이다.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이 수백 개의 댓글을 달았는데, 대부분 페더러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정현의 앞선 경기를 봤다면, 정현을 선택할 것” 등 정현을 응원하는 댓글도 간혹 보인다.

페더러도 정현의 상승세를 경계하고 있는 눈치다. 그는 “(정현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믿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조코비치를 이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테니스 쪽에선 다 알고 있다”며 “조코비치가 당시 제 컨디션이 아니었을 수 있다. 그래도 정현의 승리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정현은 조코비치처럼 특히 수비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 나는 공격적으로 하겠다. 경기 전까지 정현 경기를 보며 그의 서브와 경기 운영 등에 대해 더 공부하겠다”고 했다.

져도 잃을 게 없는 정현보다 페더러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페더러는 “정현은 메이저 대회 4강에 처음 올랐다. 더구나 어린 나이에 올랐기 때문에 ‘나는 상대를 조각낼 거야. 그런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어’라며 덤빌 거다. 대결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며 ‘황제’의 여유를 보여줬다.

이 경기는 JTBC·JTBC3 FOX Sports가 생중계한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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