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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특파원 부인, 석방소식에 연신 "감사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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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바이에서 노심초사 뜬 눈으로 밤을 지샌 KBS 용태영 특파원 부인은 반복해서 말했다. 피랍 소식을 처음으로 알려주고 그동안 셀수 없을 정도로 전화통화를 하며 정보도 교환하고 위로해 준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사실 용 기자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이후 24시간 동안 용 기자 가족과 본지 특파원은 뜬 눈으로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부인은 걱정으로 특파원은 상황파악을 위해서였다. "이제 전화도 받지 말고 좀 주무세요. 저도 좀 눈좀 붙일렵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인사용 발언이다.

당장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전에 쓴 기사를 다시 다 고쳐서 재출고 해야했다. 기쁜 마음으로 그리고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으로 순식간에 기사를 써서 올렸다. 그리고 야근 담당자에게 말했다. "저도 좀 잘렵니다." "OK, 쉬어." 말을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 단문 하나씩으로 서로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됐다.

약24시간만인 15일 오후 1시경(한국시간 오후 8시경) 석방 소식을 접하고, 용 기자 부인에게 전화하고, 기사쓰고... 정말 좀 자야겠다. 인질극을 주도한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소식통이 한국시간 7시가 지나면서 "인질들이 차량편으로 가자시티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는 보도와 함께 하루 잠 못잔 피로는 순식간에 날라갔다.

"한국의 KBS 특파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관계악화로 붙잡혀 있다.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무장단체 앞에서 담담하게 인터뷰 하던 용 기자의 모습은 지난 24시간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쯤 용기자는 납치단체가 제공한 차량을 타고 가자지역의 수도인 가자시티에 도착할 것이고, 거기서 다시 팔레스타인 보안군 차량을 타고 가자지구 북부 검문소에 도착하려면 한시간 정도는 더 걸릴 것이고....가자지구 이스라엘 북부의 국경 검무소에서 대기하고 있을 이스라엘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용 기자가 뜨겁게 껴앉을 모습을 상상하며 지긋이 눈을 감아본다.

그래 힘들어도 이곳 중동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속으로 몇 번을 다짐해보고 침대로 향한다. 현지시간 오후 1시 15분. 벌써 30도에 가까운 오후 햇살이 오늘은 따사롭기만 하다.

카이로=서정민<특파원amir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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