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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콧물 쏙 ~ 불닭볶음면 해외서 히트친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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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올라온 뒤 조회수 75만 이상을 기록한 불닭볶음면 시식 동영상. [유튜브 캡처]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올라온 뒤 조회수 75만 이상을 기록한 불닭볶음면 시식 동영상. [유튜브 캡처]

한국의 매운 라면이 지구촌 사이버 세상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는 한국산 매운 봉지라면을 직접 사 조리법대로 시식해보는 형식의 동영상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fire noodle(불면)’이라는 검색어를 치면 유튜브에서만 121만 개가 넘는 동영상이 검색된다. 이 중 대부분이 한국의 매운맛 라면 도전기들이다.

외국인의 유튜브 시식 동영상 인기 #조회 수 700만 … 수출도 함께 늘어 #청양고추·땡초·하바네로 배합 #글로벌 매운 맛에 그릴치킨맛 더해

한국 매운맛라면 열풍의 진앙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다.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없는 매운맛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의 틈새상품 기획이었다. 출시 초기 월 5억원 정도의 미미한 매출이었으나,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듬해부터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초 ‘영국남자’로 잘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지인들과 함께 불닭볶음면을 먹고 매워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7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올리면서 불닭볶음면의 인지도가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영국남자 동영상처럼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미투(me too) 영상’도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삼양식품은 신제품 출시로 불닭볶음면 붐에 화답했다. 2016년 3월 서구인의 입맛에 맞춘 ‘치즈불닭볶음면’을, 8월에는 매운 맛을 두 배로 강화한 ‘핵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불닭볶음탕면’ ‘쿨불닭비빔면’ ‘커리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등 특정 국가와 더 어울리는 제품들을 내놨다.

삼양식품의 수출은 2015년 294억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 930억원으로 뛰어오르더니 지난해에는 2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이중 90%(1800억원)가 불닭볶음면이었다.

국내 라면업계 3위인 삼양식품의 ‘대박’행진에 경쟁 라면 업체들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비빔면의 원조인 팔도에서는 2009년 나왔던 ‘틈새라면’을 리뉴얼해 지난해 11월 삼양에서 가장 맵다는 핵불닭볶음면보다 더 매운 ‘틈새라면’을 내놨다. 오뚜기는 ‘열라면’, 농심은 ‘진짜진짜맵다’로 응수했다.

매운 맛의 세기는 고추류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나타내주는 ‘스코빌지수’로 표시할 수 있다. 매운라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농심 신라면의 스코빌지수가 2700인데, 불닭볶음면은 배에 가까운 4404, 핵불닭볶음면은 8706, 틈새라면은 9413까지 치솟았다. <표 참조>

어떤 라면이 가장 맵나

어떤 라면이 가장 맵나

한국인도 매워서 잘 찾지 않는 매운 라면에 외국인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열광하는 비결이 뭘까. 삼양라면 측은 글로벌한 매운 맛을 구현한 소스에 그 비밀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전영일 삼양식품 식품연구센터장은 “중독성 강한 불닭매운맛의 비결은 매운 고추와 그릴 치킨맛의 조화”라며 “고추도 한국의 청양고추만 쓴 게 아니라 베트남과 멕시코의 전통고추인 땡초와 하바네로 고추가 적정비율로 배합됐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 아이디어의 시작은 서울 명동에서 먼저 인기를 얻고 있던 매운 불닭 음식점이었다. 삼양식품 연구소측은 불닭을 라면에 적용하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불닭·불곱창·닭발 맛집들을 탐방·시식하고 세계 곳곳의 매운 고추도 연구했다. 소스 개발에만도 1년의 시간과 각종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

이옥한 강원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국내 식품 업체들의 매운 라면 대박은 여러 나라의 고추와 양념을 잘 배합해 중독성 있는 글로벌한 맛을 찾아낸 덕분”이라며“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부는 한류 붐과 K푸드 바람도 한국 매운 라면 유행에 힘을 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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