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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대째 ‘음악정치’ … 평창 대신 평양이 뜰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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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호 07면

평창 오는 북한 예술단

북한의 예술단 140여 명과 응원단 230명이 평창을 찾는다. 예술단은 2002년 8·15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6개월, 응원단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이후 12년5개월 만의 방남(訪南)이다. 남북한은 이와 함께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으로 입장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도 구성하기로 했다.

“음악이 총포·식량 대신할 수 있다” #사상처럼 활용 주민들 하나로 묶어 #선군과 결합, 수령의 전사 만들어 #모란봉악단 파격 의상으로 차별화 #삼지연관현악단은 정치색 옅어

북한에서 음악은 곧 정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음악정치’를 위해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을 창단했다. 그는 “모란봉악단의 기본사명은 우리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 있는 무기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북한은 음악이 수천·수만의 총포와 수백·수천만t의 식량을 대신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음악을 사상이나 총대처럼 중시하면 전체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에서 ‘음악정치’란 용어는 김정일 시대인 2000년 2월 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인민무력성 집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명록(1928~2010)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인민군 고위 장성들은 토론에서 “지금 그 어느 시대에도 있어 보지 못한 우리 식의 독특한 음악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온갖 시련과 난관을 노래로 이겨 내자”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음악정치’는 선군정치와 결합해 군인들을 ‘수령의 전사’로 만들고, 유사시 그를 결사옹위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91년 7월 발표한 ‘음악예술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음악예술론’의 주요 내용은 음악이 사람들을 혁명적인 사상으로 교양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김정은도 본질에서 이를 계승한 ‘음악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과학과 스포츠를 선호하는 김정은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아버지보다는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김정은의 성격을 보면 모란봉악단을 스스로 창단했다기보다 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김정은은 자신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방법으로 참모들이 제시한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인 새로운 악단을 만드는 것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형식적이고 방법적인 측면에서 아버지와 달리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김정일은 전통의상을 고집하면서 리듬보다 가사를 중시하는 북한음악을 지향했다. 반면 김정은은 첫 작품인 모란봉악단에서 보여 줬듯이 모든 음악 요소들을 기성 관례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혁신했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7월 첫 공연에서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팝송 ‘마이웨이’를 연주했다.

이런 시도는 예전에도 조금씩 있었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됐던 2009년 김정일은 아들의 등장에 맞춰 북한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은하수관현악단을 만들었다. 현송월 모란봉악단장과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가 이 악단에서 활동했다. 단원들은 당시 어깨선과 쇄골이 드러나는 과감한 의상으로 북한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 오는 예술단은 삼지연관현악단이다. 2009년 1월 창단한 삼지연악단과 다른 예술단이 합쳐진 연합팀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지연악단은 클래식 악기 위주의 경음악단으로 해외에서 고위급 대표단, 정상회담을 위한 대표단이 방북할 때 주로 공연했다. 모란봉악단보다 정치색이 옅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북측은 공연에서 남북이 잘 아는 민요·세계 명곡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1일 사전점검을 위해 삼지연관현악단의 단장을 맡은 현송월을 비롯해 예술단 대표단 7명을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은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의 파견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흥행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경기나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주목받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원장은 “이번 겨울올림픽이 ‘평양’이 뜨고 ‘평창’은 지지 않도록 그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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