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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간이식'…세계 첫 2 대 2 동시 시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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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말기 간경변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2명의 환자에게 2명의 기증자 간을 바꿔 동시에 이식하는 교환 간 이식수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의료진에 의해 이뤄졌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팀은 2일 말기 간경변 환자 이영자(54.여)씨와 임재희(55.여)씨에게 각각 임용순(32.남)씨와 박헌수(51.남)씨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生體)간 이식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환자 임재희씨의 조카인 임용순씨는 이영자씨에게, 박헌수씨는 환자 임재희씨에게 자신의 간을 기증했다. 특히 朴씨는 이영자씨의 사연을 듣고 간을 제공한 순수 기증자로 안산시 다비다의 집 교회 목사다. 그는 지난해에도 한쪽 콩팥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기증한 바 있다.

李씨의 딸 김종순(28)씨는 "자신과 남동생이 모두 B형 간염 보균자라 어머니에게 간을 기증할 수 없었다"며 "가족이 아닌 분이 수술부담을 안고 간을 기증해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고모인 임씨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를 내놓은 임용순씨는 수술 전 "어릴 때부터 부모를 여의고 고모 댁에서 자랐다"며 "이번 기회에 작은 보은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병원관계자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전 7시 첫 집도에 들어간 이번 수술은 먼저 기증자의 간을 5백g 정도 떼어낸 뒤 환자에게 이식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2일 오후 7시 기증자로부터 간을 떼어내고 봉합하는 수술이 완료됐으며, 이식수술은 3일 오전 2시 무렵 무사히 끝났다.

현재 환자와 기증자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규 교수는 "이번 수술엔 4개의 수술방에서 11명의 교수를 포함해 8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했으며, 수술시간만도 기증자의 간을 떼어내는 데 10시간, 떼어낸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15시간이 소요돼 양쪽을 합치면 모두 50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외국은 장기기증이 활발해 우리나라와 같이 생체간이식은 많지 않다"며 "동시 교환 간이식술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관계자는 "양쪽 환자 간 장기를 주고 받기로 한 약속을 철저히 지키자는 취지에서 동시에 수술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李교수팀은 1992년 뇌사자 간이식수술 이후 94년 국내 최초로 생체 간이식수술에 성공(어린이 대상)했다. 또 97년 성인 대상 생체 부분 간이식수술 성공 등 지금까지 7백례 이상의 간이식수술을 해왔다.

간이식수술은 현재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백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생체간이식이란=인체의 간은 최대 70%를 잘라내도 6개월 이내 원래의 모양으로 회복하는 재생능력을 지닌다. 이러한 원리를 근간으로 간의 50% 정도를 말기 환자에게 이식한다.

간이식은 의료의 종합예술로 부를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만 우리나라 수술성적은 95%로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미국의 피츠버그 병원.UCLA 병원.독일 하노버 병원.일본 도쿄의대 병원을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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