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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실탄 쏘며 추격전, '만취' 차 도난범 "부부싸움해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 실탄 쏘며 추격전…만취한 차 도난범 "부부싸움 스트레스로"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지난 17일 에쿠스 차량 도난 사건 #경찰, 경고방송 후 공포탄 이어 실탄 2발 쏴 피의자 검거 #경찰관 2명 부상에 순찰차 등 경찰 차량 3대 파손 피해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을 검거했다. 왼쪽은 도난 차량, 오른쪽은 형사 기동차량이다.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을 검거했다. 왼쪽은 도난 차량, 오른쪽은 형사 기동차량이다.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3X오XXXX 에쿠스 차량, 정차하세요.”

지난 17일 오후 10시15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흑석사거리 인근 도로. 순찰차가 확성장치를 이용해 정차명령을 내렸다. 약 2시간 전인 오후 7시45분쯤 인근 대형마트 앞 도로변에서 정차해둔 에쿠스를 도난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순찰 중 도난 차량을 발견한 광주 광산경찰서 하남파출소 순찰차였다.

 부우우웅~. 에쿠스 차량은 오히려 속도를 올렸다. 유턴까지 하며 도주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 순찰차의 조수석을 충격했다. 순찰차에 타고 있던 김모(39) 경위가 갈비뼈 통증을 느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을 검거했다. 도난 차량에 파손된 순찰차.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을 검거했다. 도난 차량에 파손된 순찰차.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경찰이 에쿠스 차량을 추격하며 ‘경고 방송’을 했다. 정차 명령을 계속 따르지 않을 경우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도난 차량 운전자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추격을 계속하며 인근 파출소와 경찰서에 차량 지원을 요청했다. 우산파출소 소속 순찰차와 광산경찰서 형사 기동차량이 합세했다.

탕! 순찰차에서 공포탄 1발을 발사해도 에쿠스 차량은 도주를 계속했다. 경찰이 이번에는 실탄 2발을 쐈다. 명중이었다. 운전석 뒷바퀴에 구멍이 났다.

형사 기동차량이 하남산단 내 사거리에서 에쿠스 차량의 정면을 가로막았다. 뒤쪽은 처음부터 추격했던 순찰차가 차단했다. 순찰차에서 내린 이모(57) 경위가 조심스럽게 접근하자 차량 절도 용의자가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결국 왼쪽 앞범퍼에 이 경위의 오른쪽 무릎이 골절됐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을 검거했다.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차량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범인을 검거했다.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차량 절도 피의자 조모(36)씨는 이날 오후 10시50분쯤 결국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시동이 걸린 차를 훔친 지 약 3시간만, 경찰과 추격전을 시작한 지 35분 만이다. 경찰관 2명이 다치고 순찰차 등 경찰 차량 3대가 파손됐다.

경찰 조사 결과 무면허 상태인 조씨는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212%였다.

 조씨는 과거에도 공무집행방해를 한 적 있는 전과 20범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내려진 벌금 500만원을 내지 않은 수배자였다.

실탄까지 쏘게 한 심야 도난 차량 추격전의 배경은 황당했다. 조씨는 경찰에서 “부부싸움 후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경찰은 만취 상태로 일단 유치장에 입감한 조씨를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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