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주사태의 명예 회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헌정사의 비극적인 대 사건인 광주사태는 그 성격의 미묘성 때문에 해결이 지연돼 왔다. 그것은 제 5 공화정의 정통성을 위협한 「아킬레스의 건」이었을 뿐 아니라 제 6 공화정이 풀어야 할 지난한 숙제로 남아있다.
광주사태 해결의 핵심 문제는 진상 파악, 성격 규정, 책임 한계, 수습 방안 등 4개의 범주로 요약된다.
최선의 해결책은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진상 조사로부터 진행되어 그것을 바탕으로 성격 규정과 인책 범위,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상 조사의 결과가 이 나라 권력 질서를 교란할지도 모르는 우려 때문에 사실규명은 공식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서 점진적, 간접적, 우회적인 방식을 채택한 듯 하다. 그것은 민주화합추진 위원회를 통한 1차 적인 접근에서 시작하여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잠정적인 해결안을 준비하는 태도에서 역연히 나타났다.
정부가 곧 발표할 것으로 보도된 새 방안의 골자는 ①광주사태를 민주화 운동의 일환으로 전제하여 정부가 사과를 표명하고 ②관련자의 명분과 명예를 살리는 방향에서 정부의 피해 보상을 원칙으로 하며 ③보상 등 구체적인 처리 방안은 피해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결정하면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는 방향이다.
이 정부안은 진상 조사와 인책 문제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최선의 방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진상 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문제 해결은 사리에 맞지 않고 광주사태 같은 중대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어느 쪽이든 책임을 져야만 풀릴 수 있다.
그러나 광주사태가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엄연한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정부안은 하나의 과도적인 차선책이 될 수는 있다.
더구나 정부가 광주사태의 성격을 『자유민주주의를 복귀시키기 위한 민주화 운동의 일환』이라고 명시한 것은 정부 태도의 일보 진전이다. 이것은 광주사태를 「폭도들에 의한 폭동 행위」로 규정했던 과거의 정부 태도를 뒤집은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성격 규정을 통해 광주사태의 명분을 세우고 관련자들의 명예도 존중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는 이 같은 성격 규정을 바탕으로 하여 미진한 문제들을 계속해 하나, 하나 풀어 가야 할 것이다.
정부안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피해자들이 참여한 위원회에서의 결정을 정부가 받아들인다는 부분이다. 이것은 광주문제의 해결에 「당사자 원칙」을 도입한 점에서 미진한 부분의 점차적 해결의 길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상반된 두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있을 때 평화적인 해결을 보장하는 길은 양보와 타협이다. 진상 조사와 인책 문제 해결의 길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폐쇄된 것도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피해자들과 현지 지도급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광주사태 해결을 위한 민간협의 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지금의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접근해 나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당사자인 광주시민들의 의사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합리적으로 집약된 광주시민의 일반의사에 달려있다. 이런 광주시민의 뜻은 협의 기구의 구성을 통해서 추출돼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