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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3년새 4억 쑥, 서울 직장인 35년 월급 모아야 강남 아파트 산다...'버블' 아닌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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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아파트 값이 급등하며 다른 지역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소형 아파트도 10억원을 넘어서 가격 거품 우려도 나온다.

강남권 아파트 값이 급등하며 다른 지역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소형 아파트도 10억원을 넘어서 가격 거품 우려도 나온다.

새해 벽두부터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집값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거론하면서 사실상 강남권 집값 급등세를 공식화했다. 정부의 공인으로 강남권 집값 콧대는 더 세질 것 같다.

연초 강남권 아파트값 '이상 급등' #가격 치솟고 거래도 크게 늘어 #강남 집값 약세 땐 '곤두박질' #장기로 보면 '역시 강남' #강남 직장인도 20년 넘게 모아야 구입 가능 #2006년보다 거품 가능성 아직 적어

강남권 집값은 ‘이상 증상’으로 도마에 올랐다. 정부 규제 등 주택시장 환경과 거꾸로 가면서 상식 밖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생활권이고 한 동네인 서울에서 강남권만 뜨거울 수 없다. 과거와 정도는 다르더라도 확산은 시간 문제다.

새해 1월 들어 2주 동안 강남권 아파트 값은 지난해 말 대비 0.7~2% 뛰었다. 이 기간 한강북쪽의 강북지역은 0.2% 올랐다.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은 0.6%다.

2000년 이후 1월 기준으로 월간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2006년 수준이다. 당시 서초구 2.18%, 강남구 1.97%, 송파구 1.42%였다.

1월 강남권 거래량은 역대 최대다. 14일까지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가 817건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던 1월 건수인 1395건(2011년)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고 수준의 연초 집값 상승률·거래량

강남권을 정조준한 역대 최강의 각종 규제가 착착 시행에 들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강남권 집값은 넘어졌다 일어설 때마다 더욱 커지는 오뚜기인가. 급등한 가격에 일부에선 거품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남권이라고 언제나 '불패'는 아니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상승과 하락을 거듭했다. 인기 상품 가격은 떨어질 때 덜 떨어지고 오를 땐 더 많이 오른다는 말이 주택시장에서도 통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보단 산이 높을수록 골이 깊다는 말이 강남권 주택시장에 더 맞는 것 같다.

서울 집값이 하락세일 때 강남 아파트값은 서울 평균이나 강북지역보다 훨씬 많이 내렸다. 2004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내린 2012년(서울 평균 -6.65%), 강남구는 12.1%, 송파구는 9.8% 각각 하락했다. 서울 평균은 올랐는데 강남권은 하락세인 때도 있었다(2007, 2008년).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수도권 집값이 회복세로 돌아설 때까지 2014년 6월까지 강남권은 강북지역보다 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9.5% 하락했는데 강남구가 14.6%, 송파구 11.4% 내렸다.

반대로 상승장에선 강남권 보폭이 훨씬 컸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집값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동안 강남권 집값 행보는 어땠나. 수도권 집값이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2014년 하반기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16.6% 올랐다. 강남권이 강세였다. 강남구가 26.2%로 1위였고 서초(18.7%)송파구(18%)가 5, 6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금융위기 직전 2008년 8월을 기준으로 10년 정도 좀 멀리 보면 강남권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때 이후 서울이 평균 5.46% 올랐다. 강남권에선 서초구가 10.5%로 5위였고 강남구(7.8%)송파구(4.6%)는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상승률, 강남권이 최상위권 

집값 급등기인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부터는 강남권이 상승률 5위 안에 모두 들었다. 서울 평균이 73%였고 서초구(100.5%), 강남구(93.2%), 송파구(87%) 순이었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더 멀리 보더라도 강남권이 우세하다. 외환위기 다음해인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부동산뱅크의 구별 3.3㎡당 아파트값은 강남구가 3.9배, 강서구와 노원구는 2배 정도 상승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 통계로 서울이 평균 170.3% 올랐는데 한강 이남의 강남지역이 212.8% 오르며 강북지역(106.8%)보다 두 배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30년 간격으로 올림픽해인 1988년과 비교하면 부동산뱅크의 구별 3.3㎡당 아파트값이 강남구 15배, 강서구 8배, 노원구 6배다.
40년전으로 가보자. 참고할 만한 집값 통계는 없다. 땅값으로 가늠할 수 있다. 당시 1979년 말 대비 강남구의 지난해 11월 땅값이 17배 뛰었다. 서울 평균은 9배다.당시 집계된 구 가운데 강동구가 15배로 2위, 강서구 12배, 성동구 10배, 용산구 8배 등이었다.

1980년엔 일부 자치구는 조사 대상에 없었음. 자료: 국토교통부

1980년엔 일부 자치구는 조사 대상에 없었음. 자료: 국토교통부

이 정도면 서울 집값이 약세인 때를 제외하곤 ‘강남 불패’라 할 만하다.

서울 이외 '원정 투자' 크게 늘어 

강남권 집값 상승에는 외지인의 '원정 투자'가 뒤따른다. 근래 강남권 이외의 주택 매수가 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중반 강남권 집값이 고공행진할 때도 그랬다.

한국감정원이 강남권 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집값이 약세이던 2010년대 초반 50%를 밑돌던 강남권 이외 비율이 지난해(11월까지 누계)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이외 비율도 20%를 돌파했다.

서울 이외 수도권이나 지방의 ‘상경 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강남권에 아파트를 산 사람 4명 가운데 한 명이 서울 이외 거주자였다. 강남권 이외 돈이 몰리는 셈이다.

아파트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피부로 느끼는 강남권과 다른 지역 차이가 더욱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2년 1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서울 전체 5억4000만원이었고 강북권이 4억원이었다. 송파구 7억7000만원, 강남구 10억5000만원으로 강북지역과 4억~6억원 비쌌다.

지난해 12월엔 강남구 13억6000만원, 송파구 9억8000만원이고 강북권이 5억원으로 8억원까지 차이 난다.

가장 비싼 강남구 아파트 평균 가격과 가장 저렴한 구 가격을 비교해 보면 2012년 1월 격차가 7억6000만원이었는데 지난달 기준으론 10억1000만원으로 2억5000만원 더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 5분위 배율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강남권 강세가 지속되면서 강남권과 다른 지역 집값 차이가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 5분위 배율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이 4.5로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대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을 다섯 등분으로 나눠 가장 비싼 1분위 평균 가격을 저렴한 5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수치다. 배율이 클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

중위가격과 평균가격 격차도 벌어진다. 중위가격은 가격순서 상 중간 가격이고 평균 가격을 전체 가격의 합을 가구 수로 나눈 값이다. 평균값이 중위값보다 높을수록 비싼 집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6000만원으로 중위 가격 6억2600만원보다 3400만원 더 비싸다.

2017년 12월 기준. 자료: 한국감정원

2017년 12월 기준. 자료: 한국감정원

강남권 아파트 강세는 국민은행의 ‘KB선도아파트 50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대부분 강남권에 있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률을 나타낸다. 50지수 상승률이 치솟으며 지난달 2.68%로 서울 아파트 평균(0.66%)의 4배가 넘었다.

서울 직장인 1년 월급으로 강남권 한 평도 못 사

14억(강남구), 13억(서초구), 10억(송파구). 지난달 기준 강남권 아파트 평균 가격이다. 3.3㎡당으론 각각 5000만, 4300만, 3700만원이다. 강남구 아파트 한 채로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지역의 아파트 4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월급쟁이가 얼마나 모아야 강남권에 들어갈 수 있을까. 강남권 아파트 평균 가격은 서울 근로자 평균 급여로 30년가량 모두 모아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2016년 국세청 신고 기준 서울 평균 근로자 급여는 3800만원이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꼬박 36년을 모아야 살 수 있다. 1년 월급으로 강남권에서 아파트 한 평(3.3㎡)도 사기 힘들다.

이런 엄청난 가격이 거품은 아닐까. 구매력, 임대수익률, 가격 변동률 등으로 그 정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실제 소비층인 강남권 사람에게도 ‘구름’ 같은 가격이라면 구매력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니 ‘버블’이라고 볼 수 있겠다.

구별 근로자 급여와 집값을 비교해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6억6000만원)은 서울 평균 근로자 급여의 17배다.

강남권 집값이 비싸지만 강남권 거주자의 급여도 높아 집값과 급여 배율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에선 아파트값이 급여의 20~22배다. 강남구의 근로자 평균 급여는 서울 전체의 1.5배다. 강남구(6300만원)는 1.6배다.

아파트값과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강북지역에선 구별 아파트 평균값이 급여의 13~15배다.

강남권 아파트값, 해당 지역 직장인 연봉의 15배 

근로소득에 다른 사업소득 등을 합친 경상소득으론 구매력이 좀 더 올라간다. 지난해 서울 가구당 평균 경상소득이 5545만원이었다. 서울 전체 평균 아파트 값은 이의 11.9배다. 강남구 경상소득은 9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강남구의 평균 경상소득 대비 평균 아파트 값은 14.8배로 추정된다.

임대소득도 버블 판단의 지표다. 매매가격 대비 임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면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우선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비율)로 짐작할 수 있다. 전셋값은 실수요여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실제 사용가치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가 비율전세가 비율은 70.7%다. 매매가격이 1억원이면 전셋값은 7070만원이라는 뜻이다. 강남권은 이보다 훨씬 낮은 58~64%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집을 가장 많은 임대형태인 반전세(보증금+월세)로 임대했다고 가정하고 임대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다. 임대소득은 보증금을 은행에 예금했다고 가정한 경우 이자와 월세다.

서울 전체 평균 수익률은 2.32%다. 강남권은 이보다 낮은 1.8~2%다.

강남권 임대수익률, 서울 전체 평균보다 낮아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재건축이다. 강남권엔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가 많다 보니 매매가격과 임대료 간 차이가 크다. 매매가격엔 재건축 후 기대 가격이 반영돼 있어 일반 아파트보다 비싸다. 대신 지은 지 30년 이상 지난 낡은 아파트여서 임대료는 저렴하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은마의 전세가율은 33%인데 일반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는 67%다.

대개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전세가율과 임대수익률이 떨어진다. 집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투자수익률은 자본수익률(집값 상승률)과 임대수익률의 합이다. 강남권 집값 상승률이 서울 전체 평균보다 0.5% 포인트 이상 높다면 강남권 주택 투자 메리트가 있는 셈이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가운데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가격이 오른 때는 9년이었다. 이 중 강남권이 서울 전체 평균보다 0.5%포인트 이상 오른 해는 7년이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인가? 노무현 정부 때 정부는 2006년 5월 강남권 집값 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며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2003년 이후 집값 상승기 동안 강남권 집값이 서울 전체 평균의 두 배 넘게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고 했다. 당시 정부가 밝힌 통계로는 서울 아파트 값이 평균 23.6% 올랐는데 강남권의 두 배가 넘는 52.2%였다.

2015~17년 최근 3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15.3% 올랐고 강남권은 16.9(송파구)~24%(강남구) 뛰었다.

상승률이나 강남권과 다른 지역 편차가 2000년대 중반보다는 덜하다.

다만 8·2대책의 충격을 벗어나서 강남권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를 보면 송파구의 단기 급등이 뚜렷하다. 송파구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3개월간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1.5%)의 3배에 가까운 4.4% 상승했다.

가격을 보면 2006년 5월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은 15~20% 올랐다.

점점 커지는 '버블' 거품

이 기간 전국 도시 근로자 소득은 50% 늘었다. 집값 상승률보다 소득이 더 많이 증가했으니 주택 구매력은 좋아진 셈이다.

그래서 아직은 '거품'으로 진단하기엔 이른 것 같다.

하지만 '버블' 우려는 거품처럼 커지고 있다. 최근 강남권 주택시장에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뛰어드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버블 전문가로 꼽히는 경제사학가인 찰스 킨들버거가 한 말이 지금 강남권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친구가 부자가 되는 걸 보는 걸 보는 것만큼 내 행복과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없다."

요즘 강남권에 '배 아픈' 사람이 많다.

노무현 정부가 강남권 버블론을 제기한 2006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강북지역이 월등히 많이 올랐다. 노원구 상승률이 88%로 가장 높다. 강남권은 서울 평균(42%)에 훨씬 못 미친다. 상승률 순위에서 25개 구 중 강남구(21.6%) 22위, 서초구 20.3% 23위, 송파구(15.6%)가 꼴찌였다. '강남 불패'도 매수 시점에 따라 '필패'가 될 수 있다.

올해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2014년 이후 5년째다. 국민은행의 자료를 보면 1987년 이후 5년 넘게 연속해 가격이 오른 적이 없다. 최장이 5년이었다. 지금 강남권 아파트를 사도 3년, 5년 혹은 10년 뒤 웃을 수 있을까.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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