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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없어 100회부터 '위기'.. 800회 된 MBC'서프라이즈'

중앙일보

입력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촬영 현장[사진 MBC]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촬영 현장[사진 MBC]

주 1회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800회라니, 참 오래도 달려왔다. 2002년 4월 시작한 이래 16년 동안 방송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 얘기다. 크고 작은 포맷의 변화를 겪긴 했지만 '서프라이즈'는 대중이 알지 못하는 역사 속 일화나 실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왔다. 일요일 오전,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뜬금없이 역사 속 인물 혹은 낯선 이름이 뜨면 십중팔구 '서프라이즈' 때문이다.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서프라이즈'가 오는 21일 방송 800회를 맞는다. 2005년부터 '서프라이즈' 연출을 책임지고 있는 MBC 김진호 PD에게 '서프라이즈'의 뒷이야기를 물었다.

그 많은 아이템을 어떻게 찾나
7명 정도 작가가 있는데 이들이 아이템 찾느라고 많이 고생한다. 책도 많이 읽고, 신문이나 인터넷 자료를 샅샅이 뒤진다. 연관해서 찾는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 과거에 뉴턴에 대해서 방송했으면 뉴턴과 인접한 인물 중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있는지 찾아보는 식이다. PD들도 평소 재미난 일이 있으면 메모해놨다가 반영한다. 아, 그리고 프로그램이 오래되다 보니 주변에서 알려주고 심지어 기자들도 "이런 얘기가 있더라"며 제보해준다. 여러 곳에서 도움을 받는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출신인 샘 해밍턴 [사진 MBC]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출신인 샘 해밍턴 [사진 MBC]

아이템 선정 기준은
제목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다. 일단 놀라워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풍부하고 끌어당기는 부분이 많아야 한다.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 방송 3주 전 아이템 회의를 통해 이야기를 선정하면 방송을 위해 자료를 모으면서 사실 확인을 거친다. 자료를 각자 모으다 보면 빈틈이 보이고, 말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 아무리 재밌어도 못 쓴다.
쉽지 않겠다
100회 넘기면서부터 "이거 아이템 없어서 오래 못 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800회까지 왔다(웃음). 한 번은 촬영장에서 외국인 배우가 갑자기 "이거 왜 또 찍냐"고 하길래 무슨 얘기냐고 했더니 자기가 예전에 찍었던 장면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작가한테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다시 아이템 선정해서 대본 쓰고 촬영했었는데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놀이기구도 계속 타다 보면 시들해지지 않나. 더 놀라운 걸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다.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의 새로운 모습이나, 사건의 놀라움 같은 게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가면서 800회까지 왔다. '사실'이 주는 힘이 아니겠나.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800회 자체 시상식 [사진 MBC]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800회 자체 시상식 [사진 MBC]

'서프라이즈'는 매주 4~6개 이야기를 전한다. 촬영 일정이 촉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촬영장은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지난 2015년 '서프라이즈' 촬영에 참여한 MBC '무한도전'의 유재석은 "무도에서는 칭찬을 안 해주는데 여기는 칭찬을 너무 많이 해준다. 서프라이즈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놀랐다.

'서프라이즈' 촬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보통 방송 3주 전 아이템을 선정하고, 대본을 쓴다. 대본이 완성되면 2주 전 목·금요일 이틀에 걸쳐 온종일 촬영을 하고, 마지막 주 성우 목소리를 입히는 등 후반 작업을 한다. 하나라도 일정이 늦어지면 다음 방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조건 정해진 일정에 맞춰야 한다. 다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는 특히 일정이 빡빡하다.
얼마나 많이 찍나
하루에 찍는 신(scene)이 평균 50신~60신 정도 찍고, 많을 때는 80신까지도 찍는다. 보통 드라마의 2~3배 정도다. 촬영 일수에 쫓기고, 방송 일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촬영 중에 OK 사인이 쉽게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태프들이 밤신(scene)은 밤에 찍고, 낮신은 낮에 찍고 싶다고 얘기한다(웃음).
그런데도 촬영장 분위기는 좋다던데
조명감독도 10년 정도 했고, 대부분 가족 같다. 바쁠 때는 배우들이 직접 짐을 옮기기도 하고, 다른 스태프들이 배우 의상을 챙겨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항상 좋게좋게 넘어가진 않는다. 예를 들어 OK 사인이 쉽게 나더라도, 에피소드별로 비밀이 풀리거나 반복해서 보여줘야 하는 장면 등 중요한 장면은 몇 번을 찍더라도 공들여서 찍는다. 보통 서양권 이야기는 영어, 동양권은 한국말로 연기하지만 베트남 등 일부 언어는 직접 공부하면서 연기하기도 한다.

'서프라이즈'를 거쳐 간 연예인이 적지 않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과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방송인 샘 해밍턴도 '서프라이즈' 출신이다. 현재 가장 오래 한 연기자는 14년째 서프라이즈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하영이다.

서프라이즈에 출현했던 장윤정 [사진 MBC]

서프라이즈에 출현했던 장윤정 [사진 MBC]

서프라이즈를 거쳐 간 이들이 많다
그렇다. 보통 캐스팅 명단에 올라와 있는 배우가 외국인 26명, 한국인 24명 정도다. 담당 PD가 실재 인물과의 외모나 나이 등이 비슷한 연기자를 선정해 캐스팅한다.
누가 기억에 많이 남나
현재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이다. 사실 오래 하기도 했다. 그 외에는 이중성 씨라고, 오랫동안 같이 일하다 본인의 꿈 때문에 그만둔 배우가 있다. 연기도 잘했고 외모도 잘 생겼었는데 그만둔다고 해 아쉬웠다. 이번 800회 특집 때 카메오로 등장할 예정이다. (배우 이중성은 2012년 앨범을 내며 가수로 데뷔했으며, 지난해부터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배우 활동도 병행 중이다)
배우들이 '서프라이즈' 이미지 때문에 다른 연기 활동을 못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물론 '서프라이즈'가 15분 코너 내에서 짧게 얘기가 끝나는 구조라 일반 드라마와는 호흡에도 차이도 있고 워낙 서프라이즈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다른 감독 입장에서 섭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모두 다 똑같다. 그래서 안타깝다. 이분들이 다른 드라마에도 많이 출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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