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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 앞마당에서 소도 "한몫"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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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태평양국가로서의 소련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다. 아시아 집단안보 구상등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질서에서 한몫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70년대의 「브레즈네프」 시대이후 꾸준히 계속돼 왔지만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천명이후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소련이 25일 아시아- 태평양지역국가와의 쌍무 및 다국간 경제협력 관계확대를 목표로한 아· 태경제협력위원회를 정부 공식기구로 신설한 사실은 「소련이 아시아 국」임을 강조한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의 86년 블라디보스톡 선언을 구체화한 첫번째 조치로 보여져 관심을 끌만하다.
특히 이 기구의 초대 위원장을 말은 「예프게니·프리마코프」는 동기구의 발족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경제협력 대상국 가운데는 현재 외교관계가 없는 한국과 같은 나라도 포함된다고 밝혀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소련고위관리가 그들의 경제협력파트너로 한국을 직접 지칭한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소련으로서 한국과의 경제협력문제에 대해 이같이 관심을 보인 이유는 한소관계에 국한할때 두가지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한· 중공관계에 비춰 일방적으로 양국관계가 밀착되지 않았으면 하는 소련의 외교· 정치적 고려가 있으리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소련이 추구하고 있는 경제개발· 경제개방 파트너로서의 한국의 필요성이다.
소련은 그동안 소련경제발전에 중요한 시베리아개발과 관련, 다양한 간접경로를 통해 우리의 자본· 기술· 인력의 투자가능성에관심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리고 우리측도 사회간접자본의 투자가 보다 충실한 소련을 잠재적 시장으로는 중공 못지 않게 매력있게 생각해봤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소련의 이번과 같은 「적극적인 제스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고르바초프」 등장이후 소련은 INF협정· 아프가니스탄철군약속· 유럽의 비핵화 및 과감한 군축요구등으로 미국과는 「대립적 공존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유럽과 아시아에 있어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왔다.
소련이 대외적인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공산혁명 70년이 지나면서 국민의 생활수준이 서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하향일변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반성의 일환이다.
서구의 경제이론 및 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 생산력의 제고를 꾀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최근 「고르바초프」를 장시간 만났던 「닉슨」전 미국대통령은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에 헌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세계속의 소련의 위상을 바라볼때는 이념적인 색안경을 끼지 않는다』고한 말에서 충분히 시사되는 바가 있다.
소련이 특히 아시아에 대해 갖는 관심은 유럽에 대한 그것과 다른 몇가지 이유를 갖고 있다.
아- 태지역은 전통적으로 미일을 중심으로한 자본주의 국가의 「고유한 앞마당」이었다. 따라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진출에도 불구하고 유라시아대륙에 걸쳐있는 소련으로 볼때는 이지역에 관한한 군사적· 경제적 불평등을 강요당해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은 최근 「카피차」 「로가체프」 등 외무차관의 잇단 아시아국 순방과 함께 아시아개발은행에의 가입추진을 암시함과 동시에 오는5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될 태평양정제협력이사회(PECC)차기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으로 있다.
소련의 아태지역에 대한 이같은 일련의 경제진출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미소 신데탕트의 세계기류를 자신의 경제적· 군사적 실리로 결실을 맺어가려는「고르바초프」 평화공세전략의 하니라 보여진다.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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