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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기 맞은 남북관계, 주목받는 북한의 두 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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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5일 오전 10시 11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평창 겨울 올림픽에 북한 예술단을 파견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했다. 남측은 당초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실무‘회담’을 열고 고위급 대표단 등 북측 대표단 방한 문제 전체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측의 이런 제안(12일)에 북측이 예술단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역제한 하면서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측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을 단장(수석대표)으로 하는 실무‘협의’로 축소됐다.

15일 남북실무협의 북측 대표로 나서는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사진 연합뉴스]

15일 남북실무협의 북측 대표로 나서는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사진 연합뉴스]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북측이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꽁꽁 얼었던 남북관계가 다소 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담과 관련해 두 여인이 눈길을 끈다. 15일 북측 대표로 참석하는 현송월 모란봉 악단장이다. 북측은 그의 직책을 관현악단 단장이라고 알려왔다. 통일부는 그가 북한판 걸 그룹인 모란봉 악단을 이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송월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옛 애인이어서 ‘잘나가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30대 후반의 가수 출신인 그가 지난해 10월 노동당 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노동당 중앙위 간부 230여명 중 한명으로 중앙위 후보위원에 등극한 점을 고려하면 무게가 느껴진다. 정부 당국자는 “2015년 12월 베이징 공연을 위해 모란봉 악단을 이끌고 중국에 갔을 때 지재룡 중국대사가 그를 깍듯하게 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군복을 입었을 때 대좌(한국의 대령) 계급장을 다는 등 그에게 뭔가 특별함이 느껴진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자신의 히트곡인 ‘준마처녀’를 부르는 현송월. [중앙포토]

자신의 히트곡인 ‘준마처녀’를 부르는 현송월. [중앙포토]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동지애의 노래’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난관을 헤쳐 나가자는 우울한 노래가 많았다”며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밝고, 빠른 노래가 등장했는데 모란봉 악단이 이런 노래를 전파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다녔던 금성학원 출신의 후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데다, 김정은식 ‘음악 정치’를 현송월이 책임지고 있다 보니 김정은의 신임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고위층 간부들이 참관키로 했던 2015년 베이징 공연 당시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미사일 발사 장면 등 공연 배경 영상을 중국 측이 못 틀게 하자 현장에서 철수를 결심한 것도 현송월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날 회담에서 공연 내용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될 경우 그의 ‘입김’이 주목된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모란봉 악단은 지난달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서 북한 체제 선전과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 일색으로 공연을 했다”며 “한국에선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어서 가급적 그런 내용을 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현송월 등은 베이징 철수 때와 마찬가지로 남측이 북한 체제를 인정치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정은식 음악정치 전도사 현송월 모란봉 악단장 입김따라 공연단 결정될 듯 #국내 입국 북한 식당 여종업원 딸 둔 최삼숙은 김일성부터 최고지도자가 직접 챙겨 #북한 이산가족 상봉 최삼숙 딸 송환 조건 거는등 두 여인 향후 남북관계 변수로

북한 배우인 최삼숙 [중앙포토]

북한 배우인 최삼숙 [중앙포토]

또 다른 여인인 최삼숙 역시 향후 남북관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2016년 4월 국내에 입국한 중국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 가운데 그의 딸이 있는데, 김정은이 그를 포함한 12명의 여종업원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조건을 여기고 있어서다. 조 장관은 “지난 9일 회담에서 북측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설명했고, 이산가족 문제를 남북관계가 좀 더 나간 다음에 하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남측은 다음 달 민족 명절인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했지만, 북측이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재차 요구했다는 것이다.

1996년 고(故) 황장엽 노동당 국제비서의 망명 때도 “비겁한 자여 갈 테면 가라”고 했던 북한이 여종업원 문제에 집착하는 건 이들을 송환하라는 김정은의 직접 지시 때문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최삼숙은 북한의 이미자로, 북한 주민들에겐 영웅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최삼숙의 딸이 탈북했다는 사실은 김정은 체제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송환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삼숙은 월북한 경남 진주 출신의 아버지와 대구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1951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평양 고등 체신학교를 졸업한 최삼숙의 첫 직장은 방직공장에서 옷감을 생산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60년대 후반 이 공장을 찾은 김일성 앞에서 노래를 부른 계기로 가수의 길로 접어 들었다. 73년 8월 아프리카의 콩고 대표단이 방북했을 때 연회에서 콩고 노래를 부른 적도 있다. 영화 ‘꽃 파는 처녀’의 주제가 등 2600회의 공연과 2760곡의 노래를 녹음하는 등 북한의 대표적인 가수로 여겨지고 있다. 남편 역시 한때 김일성의 기록영화(다큐멘터리)를 찍는 등 특별한 가문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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