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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도 꼬리 무는 『전경환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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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3면

전경환씨와 관련된 각종 비리들이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교포사회에서도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소문」들이 꼬리를 잇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국내 TV프로그램을 미국내 교포들에게 복사 판매하는 비디오 산업에 전씨가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
이 사업은 미국내 교포증가와 함께 연간 2천만 달러가 넘는 막대한 수입의 이권으로 알려져 그의 미국내 재산보유설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80년대 들어 미국교포사회에선 한국 TV프로를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85년쯤엔 이미 교포상대로 비디오 테이프를 대여하는 업소가 1천여 개에 이를 만큼 성업 중.
소일거리가 없어 종일 빈집만 지켜야 했던 교포노인들은 비디오를 보며 향수를 달랠 수 있게 됐고 영어가 짧은 초기 이민자, 외출이 힘든 불법 체류자들 사이에도 「생필품」이 되면서 대여점이 출퇴근길의 필수 코스가 되는 새 풍속도가 생길 정도가 되었다.
당시 업계는 주로 국내 친지가 녹화, 항공 우송한 테이프를 복사·대여하는 방식으로 화질이 나쁘고 실제 방송까지는 수일이 걸리는 등 영세성을 면치 못했으나 85년 말 KTE(코리아 텔레비전 엔터프라이즈)사가 등장하면서 큰 변화를 맞게됐다.
KTE는 83년 KBS산하기관으로 설립된 뒤 뉴스·한국어 방송 등을 매일 1시간 정도씩 방영해 오다가 KBS·MBC와 전매계약을 체결한 뒤 영세업자들에게 프로그램 복사판매 독점권을 선언했다.
KTE는 영세업체들의 반발 속에 전매권을 인정치 않으려는 업소들을 미연방법원에 제소해 재판에서 이긴 뒤 업소당 5백∼2천 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대여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년 2천4백만 달러의 막대한 이익을 남기기 시작했다. 교포사회에선 『정부가 제작하는 TV프로의 비디오 제작권을 일개 회사가 독점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이익금의 행방과 이 회사의 운영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이 회사의 실권자로 알려진 전무 유모씨가 새마을본부의 전직 고위간부였으며 이 밖에도 「새마을」 직원 5명이 이 회사에 파견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의 실질적 주인이 전씨라는 소문이 사실처럼 나돌게 됐다.
또 86년 7월 재판직후 패소한 영세업자 일부를 새마을본부가 초청, 고국방문 기회를 주기도 했는데 당시 참석했던 업자 권모씨에 따르면 고국방문 중 숙식·교통안내 일체를 「새마을」측으로부터 제공받으면서 전씨로부터 직접 『소송취하를 위해 노력하겠으니 걱정 말라』는 회유를 받기도 했으며 본부 주선으로 만난 문공부 관리로부터 『KTE 사업에 적극 협조해 달라』는 당부를 받기도 했다는 것.
이 밖에 재판과정에서 KTE측 간부가 『고위층이 직영하는 회사』라고 자백(?)한 것과 일부 직원들이 전씨와의 유착관계를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다는 비디오 업자들의 증언 등은 이러한 의혹을 한층 깊게 하고 있는 것들이다.
또 하나의 이권 의혹으로 지목되는 것이 보해소주의 미국 판매권.
현재 미국 동부지역에서만 매달 30만∼50만 달러로 추산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이 소주 판권은 로열티 지불 없이 교포실업인 P모씨가 갖고 있는데 P씨는 86년 12월 뉴저지주 K식당에서 있었던 뉴욕거주 청년들의 전씨에 대한 달걀투척사건 당시 전씨의 옆자리에 앉아 이날 모임을 주선했던 인물. 이 소주는 곧 중·서부지역까지 판매가 확장돼 매출액 1백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전씨가 서진 룸살롱사건의 정요섭에게 말썽 많은 해안 매립허가를 받게 해주고 정씨과 팔짱을 낀 채 신안의 새마을대회에 나타나는 등 배후 실력자였다는 이야기와, 86년 전씨가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세미나 참석차 출국했을 때 경호원 1명이 거액의 달러를 챙겨 잠적했으나 여론을 의식,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설 등도 확인되지 않은 채 소문으로 계속 남아있다.
교포청년 12명이 40개의 달걀을 던지며 「새마을 성금을 착취한 全××」 「칼잡이 정요섭의 대부」 등의 구호를 외쳤던 사건은 당시 교포신문 등에 보도돼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난해 1월 「빌리 카터는 공직을 맡지 않았으나 리틀전은 맡았다」는 주제로 ▲쇠고기·바나나 수입 ▲공금유용 등에 관한 전씨의 관련의혹을 담았던 워싱턴포스트지 기사는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73년 형의 도움으로 미 피바디대 유학시설 흑인촌의 한 아파트에서 기거했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나 81년 이후 잦은 해외 나들이 때마다 그가 묵는 호텔 앞엔 「실력자 리틀전」을 만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그의 「화려한 변신」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교포사회에서도 확산돼 왔다. 【중앙일보 LA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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