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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임대료 탓은 그만 … 최저임금 속도 조절로 푸는 게 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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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새해 초부터 영세 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고 있는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들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임대료 부담 완화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등 임차인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인데, 정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최저임금 대책에 포함돼 있다. 현재 여당이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지만 건물주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 우려 등의 부작용 때문에 국회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골목상권 강화 방안이다. 건물주들이 임대료 인상 자제나 장기임대 보장 등의 상생협약을 맺으면 해당 상권을 세금으로 도와주는 지역상권법을 제정하는 내용이다. 주택도시기금 등이 공익 목적의 상가 임대사업을 하는 민간에 돈을 대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재정이나 기금을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는 버릇도 문제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걱정되는 것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정부의 개입주의적 태도다. 임금이나 임대료 같은 가격변수는 가능한 한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하고 보완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개입에 그쳐야 한다. 최저임금 후유증을 임대료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정치적으론 묘수(妙手)일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악수(惡手)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불신하고 자꾸 정부의 보이는 손만 동원하면 부작용만 낳게 된다. 지금 앓고 있는 병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게 근본 처방이자 문제를 푸는 정석이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정책의 선의(善意)를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