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창 혹한 열정으로 녹여요 ‘미녀 자봉’ 삼총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다음달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하는 이지원·손은영·원다인(왼쪽부터)씨가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대회 기간 이지원씨는 아이슬란드대표팀 매니저, 손은영씨는 경기장 운영, 원다인씨는 아이스아레나 중국어 통역 업무를 맡는다. [김경록 기자]

다음달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하는 이지원·손은영·원다인(왼쪽부터)씨가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대회 기간 이지원씨는 아이슬란드대표팀 매니저, 손은영씨는 경기장 운영, 원다인씨는 아이스아레나 중국어 통역 업무를 맡는다. [김경록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자원봉사자다.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은 대회 기간 다양한 업무에 투입돼 원활한 대회 진행을 돕는 것이다. 현장에서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과 대회 관계자를 직접 상대하며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큰 역할을 한다. 자원봉사자는 올림픽이 열릴 때 마다 감초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매니저 이지원 #“친구 이상호 스노보드 경기 응원” #외신기자 중국어 통역 돕는 원다인 #“전문 통역사 위한 멋진 추억으로” #티켓 등 경기장 운영 돕는 손은영 #“겨울 스포츠 매력 널리 알릴 것” #학원 강사, 선수 출신도 참가 #복장·비용 지원 등 열악, 이탈 우려

다음달 개막하는 평창올림픽에서 활약할 자원봉사자 이지원(23)·원다인(24)·손은영(20)씨를 8일 서울에서 만나 각오를 들어봤다.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평창올림픽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 모두 저마다의 재능과 열정을 발휘해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평창 자원봉사자 이지원,손은영,원다인씨(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평창 자원봉사자 이지원,손은영,원다인씨(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NOC(국가올림픽위원회·National Olympic Committee)팀 소속 이지원씨는 대회 기간 아이슬란드대표팀 매니저로 근무할 예정이다. 통역 겸 보호자 겸 안내자다. 선수단과 조직위를 연결해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인 만큼 밤낮 없이 24시간 대기해야 한다. 학창시절 일본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는 동안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쌓은 친화력을 활용해 아이슬란드 선수들을 도울 예정이다. 이 씨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이슬란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상위권이라는데 한 달 동안 그나라 국가대표들과 함께 다니다보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당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의 전담 통역요원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자원봉사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이씨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기여하고 싶어 주저하지 않고 자원봉사 신청서를 냈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상호(23·한국체대)의 친구이기도 한 그는 “내 친구 (이)상호가 한국 설상(雪上) 종목의 새역사를 쓰는 장면을 꼭 현장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언어서비스팀에 배정 받은 원다인씨는 강릉에 위치한 빙상 경기장 아이스아레나에 상주한다. 11세 때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언어를 배운 그는 외신기자들의 중국어 통역을 돕는다. 지난 2014년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대표팀 단장의 통역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평창에서도 같은 역할을 지원했다. 올 겨울 외대 통·번역대학원 입학증을 받아쥔 그는 “전문 동시통역사의 길을 걷기에 앞서서 평창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벤트서비스팀 소속 손은영씨는 고3 수험생이던 지난해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최종 합격한 경우다. 이젠 대학생 신분으로 올림픽을 맞이하는 그는 입장권 확인, 보안 관리 등 경기장 운영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손씨는 “고3때 ‘한 달 동안 집을 떠나서 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신청했는데 덜컥 붙었다”면서 “합격 통보를 받고 겨울올림픽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다.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겨울 스포츠의 매력을 널리 전할 것”이라고 했다. 손씨는 지난해 말 조직위가 개최한 평창올림픽 의상발표회에 자원봉사자 의상 모델로 런웨이에 올라 모델로 ‘깜짝 데뷔’도 했다.

평창 자원봉사자 이지원,손은영,원다인씨(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평창 자원봉사자 이지원,손은영,원다인씨(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세 명 이외에도 평창 자원봉사자들 중에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여러명 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정유나씨도 이색 자원봉사자로 눈길을 끌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신선미씨는 30년 만에 다시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맞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자원봉사자 대열에 합류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올림픽 기간 불편 없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처우가 열악해 이탈자가 나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평창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기간에는 실비 수준의 교통비를 지급 받았다”면서 “이번엔 평창까지 이동하는 비용도 내가 부담했다. 봉사자 중 상당수는 한 달간 생업을 접고 강원도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래저래 개인 지출이 만만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는 올림픽 개·폐회식 출연진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연을 준비 중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들에겐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한편 간식 품질 개선을 약속했다. 또 초·중·고 학생 출연진이 부모를 동반할 경우엔 이들에게도 숙식 제공을 확대하고, 귀가 편의를 위해 심야 리허설은 자제하기로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착용할 공식 복장이 한겨울 대관령 추위를 견디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차량 안내나 입장권 검표, 보안 시설 관리 등 야외 업무를 배정 받은 자원봉사자들 중 상당수는 “너무 추워서 일을 할 수 없다”거나 “내가 원한 직무가 아니다”며 근무를 거부해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조직위는 “자원봉사 합격자 중 74%를 희망 직종에 배치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맡은 업무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필요한 정원의 114%를 선발했다”면서 “여건이 열악한 직종의 경우 인원을 추가 투입해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평창 자원봉사자 이지원,손은영,원다인씨(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평창 자원봉사자 이지원,손은영,원다인씨(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