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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현대차 제친 셀트리온 … 공매도 공세 이겨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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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제약업체인 셀트리온의 주가가 30만원을 넘어서면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꿰찼다. 시가총액은 주당 가격에 발행주식 수를 곱한 것으로 시장이 평가한 기업 가치다. 셀트리온보다 시총이 많은 기업은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코스피 이전 앞두고 30만원 돌파 #유방암 복제약 유럽 판매 등 호재 #서정진 회장, 주식 부자 4위 올라 #시총 규모 매출액 30배 수준 넘어 #“기업 가치에 비해 고평가” 지적도

8일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보다 3만5600원(13.34%) 오른 30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시총은 37조1066억원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독보적 1위다. 코스피 시총 4위 포스코(32조2155억원)와 3위 현대차(33조2617억원)보다도 높다.

최근 셀트리온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올해 1분기 유방암 치료용 항체 ‘허쥬마’의 유럽 판매 허가가 가시화하는 등 호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분기에는 혈액암 치료제인 ‘트룩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가 판가름이 난다. 유럽에서는 이미 출시된 트룩시마와 램시마가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전 상장 계획도 주가 급등에 일조했다. 신재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성 그리고 코스피 이전 상장이 얼마 안 남았다는 부분이 자금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5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기는 이전 상장을 한국거래소에 신청했다. 상장예비심사에 걸리는 기간은 최대 45거래일이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셀트리온은 코스피로 이전한다.

셀트리온의 강세에 관련 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 의약품 독점 판매회사), 셀트리온제약(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일반 화학 의약품 제조)도 이날 각각 7.8%, 4.38% 올랐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국내 주식 부호 4위 자리를 꿰찼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기준 서 회장의 상장주식 자산 규모는 5조3905억원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8조7704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8조1211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8조564억원) 다음으로 주식 부자가 됐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셀트리온 주가 급등에 시장의 의구심도 함께 커졌다. 주당 30만원의 가격, 현대차를 뛰어넘는 지금의 회사 가치가 적절하냐는 의문이다. 주가 급등으로 셀트리온의 시총은 연간 매출액의 30배가 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셀트리온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9487억원, 올해 1조2853억원이다. 반면 셀트리온이 시총 3위로 올라서며 4위로 밀린 현대차의 올해 예상 매출이 100조원 수준이다. 시총의 3배다.

셀트리온 주가가 ‘과열’이란 일각의 우려는 공매도 통계로 드러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기법이다. 앞으로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셀트리온 공매도 투자에 나선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1위 종목은 셀트리온이었다. 당국은 지난해 3월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종목에 대해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를 도입했다. 이후 셀트리온은 7차례 지정됐다. 지난달 14일 셀트리온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405억2764만원에 달했다. 코스닥 상장 이래 최대치였다. 다만 최근 주가 급등 덕에 공매도 잔액은 줄고 있다. 주가가 공매도 당시보다 떨어지면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오르면 주식을 비싸게 사서 갚아야 하므로 손실을 본다.

신재훈 연구원은 “코스피 이전 성장을 전후해 셀트리온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셀트리온 주가가 오를수록 ‘주식 가치의 적정성’에 대한 논쟁은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표를 앞둔 코스닥 활성화 대책과 코스피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 상장, 유럽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주가 급등과 함께 셀트리온의 기업 가치(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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