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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여학생들에 써달라” 모친 생전 뜻에 2억 기부

중앙일보

입력

고 홍복순씨. 홍씨의 아들은 최근 광주과학기술원에 '어머니의 생전 뜻'이라며 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2억원을 기부했다. [사진 광주과학기술원]

고 홍복순씨. 홍씨의 아들은 최근 광주과학기술원에 '어머니의 생전 뜻'이라며 여학생들의 장학금으로 2억원을 기부했다. [사진 광주과학기술원]

생전 이공계 여학생들의 학업 지원에 관심이 있었던 모친의 뜻을 기려 아들이 2억원을 광주과학기술원(GIST)에 기부했다.

고 홍복순씨 아들, 광주과학기술원에 최근 돈 맡겨 #초교 졸업밖에 못한 홍씨 생전 교육 철학 뜻 따라 #홍씨 아들도 10년 내에 어머니처럼 기부 뜻 밝혀

8일 GIST에 따르면 고(故) 홍복순씨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최근 GIST에 2억원을 전달해왔다. 기부자는 “어머니가 평생 절약해 모은 돈을 여학생 장학 사업에 써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자신의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서울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홍씨는 지난해 여름 92세로 생을 마감했다. 눈을 감기 전까지 검소하게 생활하며 장학금을 모았다.

GIST 중앙도서관 모습. [중앙포토]

GIST 중앙도서관 모습. [중앙포토]

여성에 대한 교육 기회가 제한적이던 시절 태어난 홍씨는 초등학교 졸업밖에 하지 못했다. 생전 ‘여자도 남자와 대등하게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교육 철학을 갖고 있었다.

홍씨는 6ㆍ25 전쟁 때 목포에 피난을 오면서 광주ㆍ전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목포에서 자녀가 태어나는 등 전라도를 '전쟁과 피난의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서울로 주거지를 옮긴 뒤에도 종종 가족과 함께 전라도를 찾았다.

광주과학기술원 로고. [중앙포토]

광주과학기술원 로고. [중앙포토]

홍씨의 아들은 모친의 생전 철학과 함께 ‘전라도와의 인연’으로 GIST를 기부처로 선택했다. 실제 홍씨는 1993년 GSIT 설립 무렵 자주 광주광역시에 왔으며 이곳이 어떻게 성장할지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올해 설립 25주년을 맞는 GIST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 QS가 발표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최근 3년간 세계 3위권을 유지하는 등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홍씨의 아들은 GIST에 2억원을 기부하며 “이공계 분야의 여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생전 어머니 말씀을 가장 잘 실행해 줄 것 같았다”고 했다. 또 10년 이내에 자신도 어머니처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GIST 발전재단은 홍씨의 뜻을 기려 가훈인 인성(忍省)을 호로 하는 ‘인성 홍복순 장학금’으로 명명하고 여학생 학업 지원 사업에 2억원을 쓸 예정이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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